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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금, 이 책 : 6.25전쟁 소설 속 성북구
도서관 성북이음도서관
등록일 2020.07.10
일시 2020-06-25 17:20
장소 -
대상 박완서 「목마른 계절」
첨부파일

떨리는 손으로 널빤지를 젖히기 시작한 것은 노인이 먼저였지만 굴 밖에 먼저 나선 것은 진이였다. 굴 밖 언덕에서 곧바로 바라보이는 미아리 고개의 흰 길을 육중한 탱크의 행렬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골목까지 국군 아닌 군인이 둘씩 짝을 지어 따발총을 겨눈 채 샅샅이 살피며 걸어오고 있었다.

지금 온통 미아리고개가 미어지게 북쪽으로 끌려가고 있어. 에이 끔찍해.”

, 뭐라고요?”

뭐야. 의용군으로 잡아다 논 사람들을 지금 이 밤중에 몰래 이북으로 끌고가고 있다니까. 죽일 놈들.”

살아 움직이는 거라곤 개 한 마리 만나지 못한 채 한길까지 나오니 부상한 인민군의 한 무리가 느릿느릿 미아리고개를 치닫고 있다. 열이 끌려가던 길이다.

자칫 쓰러질 듯이 위태로우면서도 그래도 용케 몸을 가눈 것이 혹 누가 누구를 부축한 것도 같으면서 통 누가 누구에게 의지했는지 분간할 수 없는 핏빛 낭자한 행렬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엄살이나 앙탈에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차라리 죽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버리고 말 것 같은 상태란 얼마나 참담한 상태일까?

 

- 박완서, 목마른 계절 中 -

 

훗날, 딱지가 떨어지면 좀 더 걸러지고

정돈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텐데.. 하고 아쉬워하면서

일단 한 권의 책으로 선보인다.

 

나의 부스럼 딱지가 개인적인 질병이 아닌,

한 시대의 상흔일진데,

 

그대로의 모습으로 독자와 만나자는 것도

아주 뜻 없는 일만은 아니겠거니 싶어서이다

 

 – 박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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