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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황현산
장르 비평
문인소개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로,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역임하였다. 10년 이상 정릉에 살고 있으며, 2015년 겨울에는 달빛마루도서관에서 《밤이 선생이다》로 강연을 하였다. 2017년 다시《우물에서 하늘 보기》로 성북구 주민들을 만났다.
주요작품 지은 책으로 《밤이 선생이다》,《우물에서 하늘 보기》,《잘 표현된 불행》,《말과 시간의 깊이》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등이 있다.
성북과의 관계 고려대학교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학생들을 만나고 정릉에 살면서 구민들과 강의로 꾸준하게 만나고 있다. 2017년 성북문인사기획전의 선정문인이었다.
첨부파일
황현산1.jpg

 

 

 

 

 

 

 

 

 

 

 

 

 

 

 

 

[황현산 강의 후기]우물에서 하늘보기-① 한용운

 

 

 

 

힘센 말은 어디에서 오는 가 :

 만해 한용운

 

 

지난 6월 22일. 성북예술창작터에서 열린 2017 문인사 기획전 인문강좌

“우물에서 하늘보기: 황현산의 시와 세상이야기”

그 첫 번째 시간은 ‘만해 한용운의 작품’을 주제로 황현산 평론가의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만해 한용운

 

 호는 만해, 본관은 청주, 홍성 사람. 독립 운동가이자 불교의 개혁을 이끈 승려, 그리고 훌륭한 문학가. 18년 월간지 유심을 발간하고,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26년 기념비적인 시집 님의 침묵을 발표하고, 이듬해 신간회 활동을 하였다. 그 후에도 불교의 혁신운동과 작품 활동을 계속하다가 44년 5월 9일 성북동 심우장에서 중풍으로 병사했다.

 조선총독부를 마주하기 싫어 집을 북향으로 지었다는 일화가 유명한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1933년부터 1944년까지 살았던 집으로 이곳에서 흑풍,심우장만필등을 집필했다.

 

한용운 시인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고 익숙한 시인 중 한명입니다.

하지만 자주 접하여 시구가 저절로 떠오르는 ‘님의 침묵’을 생각하면

자꾸만 떠나간 님을 그리워하는 여성의 목소리와 슬픈 이별의 장면이 떠오르

지 않았나요?

  

흔히 우리가 느끼는 이별이라는 것은 지극히 슬프고, 괴롭기 만한 감정 중에

하나일 텐데요. 이번 강의를 통해 만해의 시의 담긴, 이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별의 아름다움을 그린 만해의 시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거문고 탈 때

 

달 아래에서 거문고를 타기는 근심을 잊을까 함이러니, 춤 곡조가 끝나기 전에 눈물이 앞을 가려서

 밤은 바다가가 되고 거문고 줄은 무지개가 됩니다.

거문고 소리가 높았다가 가늘고, 가늘었다가 높을 때에 당신은 거문고 줄에서 그네를 뜁니다.

마지막 소리가 바람을 따라서 느티나무 그늘로 사라질 때에 당신은 나를 힘없이 보면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아아, 당신은 사라지는 거문고 소리를 따라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두 시에서 모두 님을 떠나보내는 화자가 이별의 순간과 감정들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애타게 찾는 님과 만나는 장면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회상을 통해서도 님에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얼굴에 눈먼 ‘나’만 있을 뿐입니다.

 

시속에서 임과 나는 항상 이별한 상태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요.

여기서 임은 나와 함께 할 수 없는, 가까이 갈 수 조차 없는 절대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그리는 절대적 존재란, 시대를 넘어서는 영원불멸의 위대함이나 순결함,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에 비해 한없이 작고 허약하여 절대적 존재인 임과는 인연을 맺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절대적이고 위대한 ‘임’을 보고 느끼며 ‘나’는 그와 같이 되고 싶어서, 그와 함께하기를 열망합니다.

하여 그와의 인연을 조금이나마 잇고 싶은데 실제로는 비천한 ‘나’와 완전한 ‘임’은 같이 할 수 없어, 그 인연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별’을 통해 나타냅니다. 비록 임과 이별하여 나와 지금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단풍나무숲 속 작은 길을 걸어가거나,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과 같은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임과의 인연이 실재하였던 것처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별에의 가정을 통해 ‘임과 나는 결국에는 만났다’라는 희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절대 안 될 것 같았던 임과의 인연이, 이별을 통해 나타나더라도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속의 화자와 임은 독립투사와 조국광복의 열정이 되기도 하고, 불교선사가 도를 닦는 과정을 그리기도 하고,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의 순간을 담은 연애시가 되기도 합니다. 독립투사이자, 승려, 서정 시인이었던 만해의 시들을 다시 되짚어보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마담’ 이 이은 시

 

당신이라는 문장

           유진목

 

매일같이 당신을 중얼거립니다 나와 당신이 하나의 문장이었으면 나는 당신과 하나의 문장에서 살고 싶습니다 몇 개의 간단한 문장부호로 수식하는 것 말고 우리에게는 인용도 참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불가능한 도치와 철지난 은유로 싱거운 농담을 하면서 매일같이 당신을 씁니다 어느 날 당신은 마침표와 동시에 다시 시작되기도 하고 언제는 아주 끝난 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나는 뜨겁고 맛있는 문장을 지어 되도록 끼니는 거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당신이 없는 문장은 쓰는 대로 서랍에 넣어두고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 맨아래 칸을 비우던 기억이 납니다 영영 못 쓰게 되어버린 열쇠 제목이 지워진 영화표 가버린 봄날의 고궁 일회용 카메라 말린 꽃잎 따위를 찾아냈습니다 이제 맨 아래 서랍이라면 한사코 비어 있길 바라지만 오늘도 한참을 머뭇거리다 당신 옆에 쉼표를 놓아두었습니다 나는 다음 칸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쉼표처럼 웅크려 앉는 당신 그보다 먼저는 아주 작고 동그란 점에서 시작되었을 당신 그리하여 이 모든 것이 시작되는 문장을 생각합니다 당신이 있고 쉼표가 있고 그 옆에 내가 있는 문장 나와 당신 말고는 누구도 쓴 적이 없는 문장을 더는 읽을 수 없는 곳에서 나는 깜빡이고 있습니다 거기서 한참 아득해져 있나요 맨 처음 걸음마를 떼는 아이처럼 당신,

 

사마담 : 어떤 것을 보고, 듣든 ‘님’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그리워했던 만해의 시처럼 위 시의 화자도 매일같이 ‘당신’을 쓰고 기다립니다. 왜냐하면 나와 ‘님’이 ‘이별’이라는 관계로 묶여 있는 것처럼, “당신”과 나는 쉼표(당신이 있고 쉼표가 있고 그 옆에 내가 있는 문장)로 묶인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2017년에도 여전히 ‘그리운 마음’들은 이별의 대상과 “아득하게 멀어지고, 아득하게 바라보는” 과정을 수없이 되새기고 지나야지만 만해가 꿈꾸었던 ‘아름다운 이별’이 완성될 것만 같습니다.

 

 

번개연가

           

 

갑자기 

번쩍이니 

처음엔 무서웠어요

그 다음엔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황홀했어요 

 

그토록 

찰나적인 만남을

애타게 기다리며

세월이 흐릅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그리움은

식을 줄 모르는

놀라움이군요 

 

내 생의

가시덤불 속에

꼭 다시 한번

아름다운 번개로

나타나 주십시오

이해인

 

 

 

 

 

 

 

 

 

 

 

 

 

 

 

 

 

 

 

 

 

 

사마담 : 위의 시에서 화자는 번개로 잠깐씩 나타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죠.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황홀했고 애타는 그리움은 식을 줄 모릅니다. 당신과의 만남은 찰나의 시간에만 가능하지만 세월이 흐르도록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무서웠지만, 당신을 통해 이제는 아름다워진 번개를 기다리는 것과 같이 말이죠. 한명의 구도자로써 도를 깨우치기 위한 열망과 절대자에 대한 마음을, 연애시로 표현했던 만해의 시들과 닮아있는 이해인시인의 ‘번개연가’ 였습니다.  

 

 

 

 

 

힘센 말은 어디에서 오는 가

 

황현산 선생님과 함께한 3개 강의 후기 주제를 힘센 말은 어디에서 오는 가로 정했습니다. 이 문장은 문학과지성사 40주년 문지, 단 한 권의 책 황현산 선생님 인터뷰 글의 제목에서 빌려왔습니다. 이 글에서 황현산 선생님의 말을 “진심을 다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의 말에는 사람과 사람 간에 조건 없이, 무리 없이 통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표현하였습니다.

 

황현산 선생님이 좋아하고 아끼는 시인과 시들은 선생님의 힘 있는 말처럼 “온 마음을 쏟은, 진심의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마담]은 이번 강의 후기를 통해 그 진심의 말들을 더 나누고자 합니다.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디냐면 ‘전’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시작해서 이것을 발전시켜 나가다가 그것을 뒤엎는 순간이 바로 그 ‘전’인데요. …… 대개 여기에 해당하는 글, 여기에 해당하는 구절을 내가 좋아합니다. 그런 구절을 읽으면 ‘아, 여기도 희망이 하나 있구나. 아, 여기도 어떤 가능성 하나가 있구나.’ 생각하지요. 그게 슬픈 것이든 기쁜 것이든 어떤 ‘전’을 만들어낼 때가 이 세상에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는 순간이라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로,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역임하였다. 지은 책으로밤이 선생이다》,우물에서 하늘 보기》,잘 표현된 불행》,말과 시간의 깊이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등이 있다. 10년 이상 정릉에 살고 있으며, 2015년 겨울에는 달빛마루도서관에서 [밤이 선생이다]로 강연을 하였다.

2017년 다시 우물에서 하늘 보기로 성북구 주민들을 만났다.

 

 

 

 

 

함께 읽으면 좋은 자료들

 

* 우물에서 하늘보기 황현산 저 / 삼인 (2015) : p.163 - 만해의 ‘이별’

* [인제신문] 김미애 시인이 만난 우리시대의 작가 <3> 평론가 황현산

* [중앙일보] 나를 흔든 시 한 줄: 황현산 문학평론가

* [문학과지성사] 문지, 단 한권의 책 <힘센 말은 어디에서 오는가> 황현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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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작가소개 - 한국근현대사전, 2005. 9. 10., 가람기획

 

*황현산 이미지 - 스톤김

 

*한용운 이미지 - 강원도민일보

 http://www.kado.net/?mod=news&act=articleView&idxno=84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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