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타버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내 마음에
‘너’라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산문집《기적일지도 몰라》 출간한 배우 최희서의 추천작!
“대체 리리나가 누구야?”
리리나의 얼굴이 섬광과 함께 머릿속에 스치며 동시에 눈이 떠졌다. 불현듯 깨어나 리리나를 애타게 찾아보지만, 모두가 의아해하거나 내 눈을 회피할 뿐이다. 심지어 나에게 버찌관을 소개한 엄마마저 기억하지 못한다.
“왜 아무도 리리나를 모르는 거야! 버찌관 할머니 손녀 말이야, 흰 벚꽃 피는 커다란 벚나무 있는 집!”
어렴풋한 기억, 꿈처럼 아른거리는 벚꽃 흩날리는 버찌관에서 그녀와 나는 손을 잡고 있었다. 분명 리리나였는데, 모두 리리나에 대해 부정한다. 기억 속 리리나의 모습이 점점 흐릿해진다. 내가 알던 리리나는 누구일까? 얼핏 까마득하게 벚꽃나무 사이로 나아리가 보인다. 어? 나아리는 또 누구지? 내가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있는 그녀는 누구일까?
동화 속 공간 같은 버찌관에서 피어나는 따듯한 행복과 애틋한 사랑, 그 틈새로 비집고 나오는 이별의 잔흔. 처연하게 떨어지는 벚꽃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토록 그리던 네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과연 나는 그 손을 잡고, 기억 속 그녀를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