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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내] 홍작가's 북N백스테이지 투어 마지막편
도서관 장위행복누림도서관
작성자 장위행복누림도서관
등록일 2020.12.29 조회수 147
첨부파일

첨부파일 홍작가의 북N백스테이지 투어 4편.zip

+ 첨부된 파일(PDF파일)로 보시길 권장합니다.

+ 연극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 12/29(화) 단 하루 공개!! 본 연극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홍작가’s 북N백스테이지 투어 4편]

홍영은 작가의 작품을 구성하던 책(BookSatge)과 연극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BackStage)을 함께 만나는 시간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 중]

 

엄마      그러니까! 남들 모녀지간은 다 그러고 지내.

선희     남들 하는 건 다 하고 싶어?

엄마     남들 다하는데 나는 왜 못 하냐?

선희     엄마 딸이 남들 같지 않잖아. 이제 인정해. 나는 남들처럼 못 사는 인생이야.

엄마     !

선희     어디서부터 말해줘? 흰 타이즈 안에 치마 넣고 돌아다닌 거? 아니면 남고 애들 구둣발로 코 깨트려서 깽값 물은 거? 오토바이 타다가 경찰서 끌려간 중학교부터 해?

엄마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주기도문을 외운다) 주님.

선희     쿨하게 대학 때로 가지 뭐. 뭐부터 얘기해?

엄마     주님.

선희     데모하다가 미군한테 잡힌 거?

엄마     주님.

선희     아니면 술 먹고 버스 기사랑 시비 붙어서 경찰서 간 거? 것도 아니면 길거리에서 자다가 외할아버지한테 걸린 거? 아니면 엄마가 찾은 내 책상 서랍에, 편지랑 그 애 사진.

엄마     (선희에게 무언가를 뿌리며) 사탄이여! 물러가라! 사탄이다!

선희     (뿌린 거 냄새를 맡으며) 이거 뭐야? 뭐 뿌린 거야? 가글이야? 미쳤나 봐 진짜!

 

 

 

  리딩이 한참 진행되고 있던 때, 배우가 물었다.

 

 

도대체 책상 서랍에 편지랑 그 애 사진이 어떤 사진이랑 편지인 거 에요?”

 

 

  질문이 끝남과 동시에 모두 나를 쳐다봤다. 오 마이 갓. 이렇게 주목받는 거 너무 싫은데. 그러나 나는 올 것이 왔다. 라는 기분이 들었다. 이 부분을 엄마의 말로 마치고 딸이 이야기를 끝맺지 않으면서 분명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작품을 써 내려갈 때에는 저 부분에 딸의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과 그로 인한 엄마와의 갈등을 채우고 싶었으나 나의 성원이 혹은 나의 용기가 부족했는지 모른다. 2장을 빼곡히 써내려갔던 대사를 대본공개 하루 전에 다 지워버렸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담백하고 사실적으로 풀어낸 소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배우가 했다. 처음에는 궁금해졌고 다음에는 도움 받고 싶었다. 바로 찾아서 읽은 소설. 그것이 '딸에 대하여'였다.

 

 

 

 

 

 

30

언젠가부터 나는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천천히 시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뭐든 무리하게 바꾸려면 너무나 큰 수고스러움을 각오해야한다. 그런걸 각오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거의 없다. 좋든 나쁘든. 모든 게 내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내가 선택했으므로 내 것이 된 것들. 그것들이 지금의 나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과거나 미래 같은, 지금은 있지도 않은 것들에 고개를 빼고 두리번거리는 동안 허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지.

 

 

 

  수년간 열혈 청년으로 살았던 나의 마음속에도 저런 차가운 비수가 자라나기 시작해 냉소적으로 변해갔었다. 그 비수를 키우는데 많은 자양분을 준 것이 우리 엄마였다. 우리 엄마와 나는 정치적인 이념, 색깔, 가치관이 모두 정확하게 정반대이다. 그런 엄마에게 나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나아가 우리 집안에서 생겨서는 안 되는 종자였다. 그러니 나의 모든 정치적 행동과 작품에서 쏟아내는 정치적 발언은 엄마의 심기를 건드리고 마음의 평정이 최우선이 된 엄마는 딸의 작품을 보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이 작품을 읽으며 우리 엄마도 이렇게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도했다. 제발이라는 간절한 마음까지 덧붙여서. 엄마와 성소수자뿐 아니라 모든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엄마와 진짜 세상을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 중]

 

선희     (휴대폰 뺏어 음악 끄며) , 이게 더 정신 사나워. 카톡으로 이상한 거 좀 받아서 공유하지 마.

엄마     얼마나 유용한대.

선희     그거 다 가짜뉴스야.

엄마     , 이건 가짜뉴스 아냐. 아침마당에 박사가 나와서 한 얘기야, .

선희     어쨌든 나한테 이상한 거 한 번만 더 공유하면 엄마 차단할 거야.

엄마     (기가 차다) ?

 

 

 

  엄마가 더 이상 나한테 가짜뉴스를 공유하지 않기를 바랬다.

 

 

 

 

 

 

68-69

나는 좋은 사람이다. 평생을 그렇게 하려고 애써왔다.

(중략)

여전히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은 걸까, 그러나 지금 딸애에게 어떻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저 부분을 읽으며 제일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나. 그것이 똑같이 엄마에게도 좋은 사람으로서의 내 삶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 엄마와 함께 좋은 사람의 가치를 고민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 엄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스스로 당신이 당신의 삶을 차별하고 규정한다는 것을 알고 계실까?

 

 

 

 

126

세상일이라니. 자신과 무관한 일은 죄다 세상일이고 그래서 안 보이는 데로 치워 버리면 그만이라는 그 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 저 여자는 언제 어디서나 저렇게 말하겠지. 제 자식들에게도 입버릇처럼 저렇게 말하겠지. 그러면 그 자식들이 그들의 자식들에게 또 그렇게 말하게 되겠지. 그런 식으로 세상일이라고 멀리 치워 버릴 수 있는 것들이 하나씩 둘씩 만들어 지는 거겠지. 한 두 사람만으로는 절대 바꿀 수 없는 크고 단단하고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뭔가가 만들어지는 거겠지

 

 

 

  몇 년 전, 어느 날 뉴스를 보다가 엄마와 크게 싸운 적이 있다. 뉴스를 보던 중이었으니 당연히 정치적인 이슈라고 생각할 테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엄마는 생명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에게 기독교 신자이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몰아붙인 적이 있었다. 그러고 그대로 나와 몇 달을 엄마와 이야기 하지 않고 지냈다. 그렇게 몇 달 뒤,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전화가 와 김치를 가져가라 하셨다. 나는 어떻게 그렇게 얘기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말했다.

 

 

무슨 그런 세상일 가지고 너랑 나랑 웬수질 일 있니?’

 

 

  오 마이 갓. 그건 그냥 그런 세상일이 아니다. 나의 일일 수 있고 엄마 당신 본인의 일일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엄마는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말어!’ 소리 지르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다행이 그 일이 끔찍한 일이라는 건 아시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전화기를 놓았던 생각이 난다. 그때, 결심했다. . 이제 엄마랑은 이런 이야기는 하면 안 되겠구나. 안 그래도 연극쟁이 예술가로 거기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게 손가락질 차별 받는 일이 허다한데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169

나는 내 딸이 이렇게 차별 속에 사는 것이 속이 상해요. 공부도 많이 하고 아는 것도 많은 그 애가 일터에서 쫓겨나고 돈 앞에서 쩔쩔매다가 가난 속에 처박히고 늙어서까지 나처럼 이런 고된 육체노동 속에 내던져질까봐 두려워요. 그건 내 딸이 그 여자를 좋아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난 이 애들을 이해해 달라고 사정 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이 애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것,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전부예요.

 

 

  오늘도 핸드폰 전화벨이 울리고 우리 엄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전화를 걸어 이 엄중하고 험난한 팬더믹 시대에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덧붙여 정부를 욕하는 것을 잊지 않으신다. 엄마는 나에게 카톡으로 가짜뉴스를 보내신다. 꼭 오후 2시에.

그렇게 아직 바뀌지 않은 우리의 삶은 흘러가지만 우리 엄마에게도 이 책에서의 엄마의 변화처럼 그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은 조금 가슴에 품어본다.

 

 

 

 

 

 

(끝.)


 


 

 

〓 더 알아보기

 

1) [제20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연극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 홍영은 작, 연출

 

 

제20회 월드2인극 페스티벌 포스터


 

 

선희와 엄마는 같은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같이 해 온 세월만큼 서로를 공격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함께 해 온 세월에 묻어있는 기쁨과 상처를 가지고 온전히 서로를 바라보기 보다는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이야기하는 선희와 엄마는 오늘도 끝날 줄 모르는 공방전을 시작한다. 당연히 시작은 먹는 문제다!! 라면은 안돼!! 나는 라면이 좋아!! 오늘 하루 둘은 무사할 수 있을까?

 

★★ 12/29(화요일) 단 하루 공개!! <연극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포스터 이미지를 누르면 공연 정보가 있는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2) 『딸에 대하여』 김혜진 저, 민음사, 2017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

 

딸에 대하여를 함께 읽으면 부모와 자녀, 그리고 삶과 죽음, 그리고 주류와 비주류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가치들을 관통하고 있는 선량한 시민들의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젠의 삶을 보고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젠의 삶이 헛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행복한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집으로 데려와서 그녀의 죽음까지 함께 있었던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요? 1차 토론에서 동성애 소재에 대하여 거부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책을 함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이 내 자녀가 될 수도 있고 내 이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연대해야 하는가, 이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그게 바로 우리 한책추진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8 성북구 한 책 읽기> 후보도서 딸에 대하여한책추진단 지지발언 중 한 부분)

※ 책표지 사진을 누르면 책 정보가 있는 도서관사이트로 이동합니다.

 

 

 

 

 


작가소개 | 홍영은

그냥 청춘시리즈
청춘밴드
옥탑방크로키
달빛크로키 외 다수 작, 연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장위행복누림도서관이 함께하는 2020도서관상주작가지원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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