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예능·교양 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예능작품상 노미네이트 등으로 화제성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은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를 기획·연출한 권성민 피디가 신간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를 통해 그 이야기를 확장해 간다. “현실 사회의 축소판을 재현하고 인간의 다면성을 조명하며 리얼리티의 새 지평을 열었다.” “서로의 의견이 달라도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라는 평을 받은 이 프로그램 기획의 기반이 되었던 문제의식부터 한국 사회 갈등의 축인 정치, 젠더, 계급, 사회윤리를 둘러싼 쟁점을 다루며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관의 맥락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펼쳐 보인다. 저자 개인의 경험, 일종의 사회실험이기도 한 프로그램 속 장치들과 장면들,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정치적·사회적 이론과 담론을 총망라해 한국 사회의 각기 다른 의견의 지형을 입체적으로 그려나간다.
권성민 피디는 지난 14년간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예능 프로그램에 담아 대중과 소통해 왔다.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에서도 이러한 역량이 돋보인다. 정치적·사회적 개념들을 일상 속 사례와 사회의 구체적 풍경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며 삶의 맥락 속에서 이해되도록 돕는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성실한 안내 덕분에, 이 책은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정치사회 교양서로 자리매김한다.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는 어떤 입장이 더 옳고 그른지 규정하려는 책은 아니다. 저자는 온라인상에서 두드러지는 극단적인 의견에서 눈을 돌려, 사람들의 의견이 형성되는 배경과 그 안에 작용하는 본능을 이해해 보자고 제안한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역사와 궤적을 지닌 존재이며, 납작하고 단순한 의견으로 환원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권 출범 이후 내란을 종식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지금, 우리는 과연 해묵은 갈등을 끝내고 통합과 공존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사람들 사이에 열린 대화와 질문을 움트게 할 것이다.
서로 다른 의견이 부딪히는 곳에서 자신의 당위와 무결함을 확인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면, 함께 발을 디디고 있는 땅에서 합의점을 찾아내고 각자가 꿈꾸는 사회를 아주 조금씩이라도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면, 우리는 상대의 언어를 이해하고 상대가 서 있는 자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내 의견을 더 잘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