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들은 흩어진다 단어가 없는 아침으로”
고요의 틈새로 쏟아지는 꿈의 감각, 심지아 두번째 시집 출간
2010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심지아 시인의 두번째 시집 『신발의 눈을 꼭 털어주세요』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우울하면서도 따뜻한 독을 품고 있”(이장욱)다는 평을 받으며 꿈결 같은 언어 겹겹을 직조해나가는 시 세계를 펼쳐 보였던 『로라와 로라』(민음사, 2018) 이후 5년 만이다. 총 7부로 구성된 시 62편과 함께 시집을 완성하는 산문 1편을 엮었다.
“꿈의 자동기술법을 내세웠던 초현질주의자와는 전혀 다른 자세로 잠든 사람”(김행숙)이 쓴 이야기가 전작의 주축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현실과 몽중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한층 심화시킨 것은 물론 이미지를 좀더 선명하게 빚으며 심지아식 시 세계를 단단하게 구축해냈다. 0부에서 시작해 0부로 끝나는, 남은 다섯 개의 부가 0에 둘러싸여 마치 영원의 궤도를 맴도는 듯한 구성처럼 끝없이 펼쳐진 아름답고 모호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지루함도 없이/겨울이 열어놓은 문장”들 사이로 “설탕 가루처럼 졸음이 내”리는, 신발에 자꾸만 눈이 쌓이는 곳이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