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넘어선 오늘 지식인이 누구이며 이 복잡한 사회 안에서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하는지는 전보다 더 말하기 어렵다. 각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교양의 확대 및 공유는 예전 같은 지식인의 책무론, 곧 현재의 진단과 앞을 향한 제언을 거의 의미 없게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적 상황을 의식하면서 이에 답하려면 지식인과 그들 사회의 긴밀한 관계가 한층 더 구체적으로 떠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재한 지식인을 역사 속에서 찾아가는 방법론을 택한다. 주목하려는 사례는 1차대전 전 1890년대부터 2차대전 후 1960년대 초까지 프랑스 지식인의 상황으로 구체적으로는 노동, 반전, 반파시즘 그리고 식민지전쟁을 다룬다. 다시 말해 이 글은 굳건하게 노동계급의 부르주아 사회의 통합을 거부한 노동운동가 페르낭 펠루티에를 통해서는 노동자 고유의 자존감에 다가가며, 사회주의자이지만 굵직한 의회정치인이었던 장 조레스의 반전운동과 마주하면서는 정치인이 바로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1930년대 앙드레 지드를 비롯한 비정치인의 반파시스트 행동 앞에서는 이 시기를 강타한 파시즘의 에너지와 영향력에 대결하는 작가 정신을 재발견하며 마지막으로 1950~60년대 식민지 해방의 표상이었던 알제리전쟁(1954~1962)이 프랑스 지식인들에게 준 번민과 결단은 작가 피에르 앙리 시몽 등의 발언으로 반추한다. 그리고 그들의 뜻, 실천과 행동, 상상력은 물질의 달콤한 잠 속에서는 태어나지 않았으리라 헤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