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세상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는 삶을 위한 안내서
# 2021년 4월,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뉴욕타임스》에 〈당신이 느끼는 뭔가 재미없는 그 감정의 이름은 바로 ‘시들함’이다There’s a Name for the Blah You Are Feeling: It’s Called Languishing〉 라는 칼럼을 실었다. 이 글은 그해에 《뉴욕타임스》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공유한 글이 되었고, 전 세계적인 팬데믹 기간 동안 살아가고는 있지만 활력을 잃은 많은 사람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번아웃이 아니라 여전히 에너지가 넘쳤다. 우울증도 아니고 절망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저 기쁨이 없고 목적을 잃었다고 느꼈을 뿐이다. 이런 증상을 가리키는 이름이 바로 ‘시들함’이다. (...) ‘시들함’은 정신건강의 소외된 중간 아이다. 우울증(정신질환)과 활력(좋은 정신건강) 사이의 공백, 곧 웰빙(안녕감)이 사라진 상태를 말한다.”
그랜트는 사회학자이자 에모리대학교 교수인 코리 키스가 20년이 넘게 주도해온 연구에서 영감을 얻어 이 글을 썼다. 키스는 긍정심리학 운동의 선봉에 섰으며, 이후 오랫동안 ‘시들함(정신적 쇠약함)’의 영향과 좋은 정신건강(활력)의 조건을 연구하는 데 주력해왔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시들함에 빠졌나?
현대 정신건강 영역이 놓쳤던 것
‘시들함languishing’은 ‘자존감, 의욕, 의미감을 약화시키는 정신적 쇠약함 상태’로 정의된다. ‘시들함’은 우울증이나 번아웃과 동의어가 아니며, 무관심이 그 증상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저 지나가는 일상으로 치부하기 쉽다. 오랫동안 ‘시들함’과 ‘활력flourishing’을 연구해온 긍정심리학의 선구자이자 에모리대학교의 석좌교수 코리 키스Corey Keyes에 따르면 이 상태는 그리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시들함’에 빠진 사람은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고, 미래에 무엇을 원하는지가 불확실하며, 결정에 직면하면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시들함을 방치하면 일상 기능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심각한 정신질환과 조기사망으로 이어지는 관문이 된다.
책의 전반부에서 키스는 ‘시들함’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다른 정신질환들과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20여 년에 걸친 탄탄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명쾌하게 설명한다. 자신이 오래전 창안한 두 가지 개념인 ‘시들함’과 ‘활력’을 하나의 정신건강 연속체로 보고, 활력 있는 삶을 정서적 웰빙(좋은 기분) 외에도 자기 자신(심리적 웰빙)과 타인(사회적 웰빙)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정의한다. 내가 지금 얼마나 시들함에 빠져 있는지(곧 정신건강이 쇠약한지), 그리고 현재 나의 긍정적 정신건강은 어떤 상태인지 간략히 자기진단도 해볼 수 있다.
시들함은 우울증보다 만연하며 삶에 치명적이다.
의욕을 떨어뜨리고 집중력을 깨뜨리며 업무량을 줄일 확률을 세 배 높인다.
주요우울증보다 더 흔하며, 정신질환의 취약성을 키우고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