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 감각과 상상력의 조화를 위한
허구의 존재론적 좌표 찾기
포스트모더니즘 그리고 디지털 혁명기를 지나며 우리는 실재와 허구의 구분이 모호해졌다고 여기는, 이른바 〈탈사실적 시대〉의 존재론적 혼란에 사로잡혔다. 유한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너무도 인간적인 욕망에서 비롯한 이 경향성은, 그러나 허구를 실재에서 분리하여 별도의 영역으로 가두어 버림으로써 오히려 인간 상상력의 경계를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불러온다. 실재는 허구라는 배경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고, 우리는 허구를 통해 우리 자신을 객관화한다. 허구들은 우리의 정신적이며 자유로운 삶의 표현이다. 이 책은 존재와 가상의 잘못된 대립을 바로잡고, 허구를 실재하는 우리 삶의 영역으로 올바로 인식해야 함을 치밀한 논리로 전개함으로써, 인간 정신과 상상력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