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지만 이상하리만치 ‘심심한’ 요즘 어린이들을 향해 “어디 한번 같이 놀아 볼 테야?” 속삭이며 옆구리 쿡쿡 찌르는 친근한 놀이 족보 같은 그림책이다. 혼자여도 상관없고, 대단한 준비물 없이도, 시간이 얼마 없어도 좋다. 『옛날옛날에 심심한 사람이 있었는데』가 이끄는 대로 우리 안에 잠자던 놀이 세포를 깨워 보자.
‘옛날옛날에’로 시작되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예나 지금이나, 어디에나 있을 법한 심심한 사람들이다. 아무것도 안 해서 심심하고, 놀고 있어도 심심한 이들은 여기저기서 출몰한 토끼를 쫓다 기상천외한 모험에 발을 디디게 된다. 재미에 홀딱 빠져 바다에서 괴생명체를 만나고 우주로 날아가 달이 차기까지 놀다가, 다시 지구에 떨어져 지구의 핵에 이르기까지, ‘진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어 종횡무진 누비다 보면 어느새 숨이 찰 정도로 다이내믹한 이야기의 한복판에 우뚝 선 자신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