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힘든 날이 없기를 바랄 수는 없다. 어떻게 쉽기만 할까? 인생길 다 구불구불하고, 파도가 밀려오고 집채보다 큰 해일이 덮치고, 그 후 거짓말 같은 햇살과 고요가 찾아오고 그러는 거 아니겠나. 도망간다고 도망가질까.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해도 시간의 힘으로 버티는 거다.
세상엔 내 힘으로 도저히 해결 못 하는 일도 있지 않은가. 그럴 땐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가 하늘을 볼 일이다. 도리가 없다. 희망도 없고, 나아질 기미가 통 보이질 않아도 버티고 살아남아야 한다.
스스로 딛고 일어나기 힘들다면 자신을 붙잡아줄 누군가의 손을 꼭 잡길 바란다. 내 편을 들어줄 한 사람만 있어도 살 힘이 생긴다. 곁에서 고개 끄덕이며 얘기를 들어줄 사람,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길 가다 모르는 할머니가 건네는 웃음, 사탕 하나에도 '살아 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인생이리라. 넘어졌을 때 챙겨주는 작은 손길에도 어두운 감정들은 금세 사라진다.
미련한 성격 탓에 맞서오는 파도를 피할 줄도 모르고 온몸으로 맞고 선 때도 있다. 돌이켜보면 그래도 그래도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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