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과 글로벌 기후 위기로 상징되는 지구 생태 위기, 국가 간 · 국가 내 불평등 심화.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치명적 문제들이자 위험 요소들이다. 부유한 북반구 국가들은 코로나 · 기후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가난한 남반구 국가들은 탄소 배출을 수반하는 경제성장이 긴요하다. 이 난국을 해결할 길이 과연 있을까? 기후 파국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저자들은 말한다. 성장 강박에서 벗어나 성장 속도를 늦추고 적정 수준에서 경제 규모를 유지한 채 새로운 번영 사회를 이루는 것, 즉 디그로쓰(DeGrowth, 탈성장, 성장 지양)의 길만이 새 미래를 열 유일한 길이라고.
그러나 이 책은 또 하나의 탈성장론이 아니다. 이제껏 세상에 나온 탈성장론들은 체제비판론, 탈성장 미래사회 스케치 수준을 넘지 못했었다. 반면, 탈성장 운동은 이 책 덕분에 비로소 사회경제 시스템 전환 계획을 품은 현실 정치 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경제성장 없는 그린뉴딜, UBI(보편 기본 소득), UCI(보편 돌봄 소득), UBS(보편 기본 서비스), 커먼스 회복, 노동시간 단축, 공공 금융 제도. 파국으로 치닫는 생태계 파괴, 지구 온난화, 불평등을 해소하며 새로운 번영의 미래로 이행하는 데 필요하다고 저자들이 말하는 정책과 전략을 만나보자. 더 많은 생산 · 소비 · 노동에 시달리는 현금의 삶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 행복, 평등, 지속가능성, 돌봄의 가치를 우선시하며 더 적은 것으로 더 잘 사는 삶. 과연 가능할까? 그 길로 나가는 방법을, 그러한 미래를 먼저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