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휠체어에 앉아 나를 향해 다가온다. 서로 지나쳐가는 찰나에 얼핏 본 얼굴이 불그스름하다. 내 옆의 누군가는 섬짓 놀란 듯 걸음을 재촉한다. 더는 그 아이를 바라보지 못하고 나 또한 바쁘게 자리를 옮긴다. 어떻게 그를 바라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제목은 우리가 화상경험자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권유이다. 그들의 흉터가 불의의 사고로 다쳐서 생긴 것임을, 그들에게는 사고 이전의 자아가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것이다.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중증화상사고를 겪은 일곱 사람이 사고 당시의 기억, 치료 과정, 그리고 그 뒤의 일상을 돌아본 인터뷰집이다. 세월호참사 등 우리의 정치적·사회적 재난을 기록해온 작가 다섯 명이 근 10개월간 병원과 집, 거리에서 그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