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목소리로 그려낸
진짜 삶에 대한 두 소녀의 솔직한 갈망
20세기 아일랜드의 가장 사랑받은, 가장 악명 높은 소설
일랜드 현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연 선구자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데뷔 장편소설 《시골 소녀들》이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제18권으로 출간되었다. 아일랜드 내에서는 격렬한 항의와 원성을, 국제적으로는 호평과 상업적 성공을 얻은 《시골 소녀들》은 데뷔작인 동시에 항상 작가의 이름과 함께 언급되는 대표작이다. 어린 두 소녀가 작은 시골 마을을 떠나 대도시로 이주한 뒤 다양한 경험을 하며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는 흔한 성장소설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당시 사회 통념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파격적이라고 여겨져 출간과 동시에 아일랜드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틀을 깬 소설이라고 정의하는 것조차 이 책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고 할 수 없다. 단순히 기존의 틀을 깬 소설이 아닌 새로운 틀을 만든 소설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사회가 여성에게 엄격하게 부과했던 정형을 여성 작가로서 깨부수었을 뿐 아니라, 소설의 탄생 비화나 출간 직후의 반응, 이후 몇십 년에 걸쳐 바뀐 평가와 같은 외적인 부분을 떠나 문학적 아름다움으로도 아일랜드 문학을 넘어 세계문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그 이후로 글을 쓰는 모든 아일랜드 여성 작가는 에드나 오브라이언에게 영감과 기회를 일정 부분 빚지고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2024년, 작가가 영면에 든 후 아일랜드의 여성 소설가 이머 맥브라이드는 “에드나의 죽음과 함께 아일랜드 문학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마지막 위대한 빛 중 하나가 꺼졌다”라고 말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문학적 후계자로 여겨지기도 했으며 한평생 솔직하고 치열한 글로 아일랜드 여성을 비롯하여 소외당하는 약자들을 대변했던 작가의 첫 작품을 국내에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