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동생이 있다.
은정이에게는 동생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어쩐 일인지 은정이네 남매를 볼 때면 둘이 똑 닮았다며 웃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저렇게 착한 동생을 뒀으니 은정이는 좋겠구나!” 어른들은 공부도 잘하고 착한 모범생이라며 동생 칭찬만 합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도 안 하는 녀석인데, 심지어는 걸핏하면 누나를 깔아뭉개는 동생이 착하다니 말도 안 됩니다. 은정이는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을 혼자서만 독차지하는 동생이, 누나에게는 게임기와 TV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동생이 얄미워 죽겠습니다. 저렇게 얄미운 녀석이랑 똑 닮았다니, 은정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엄마는 그런 은정이 속도 몰라주고 은정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고기 배달 심부름을 시킵니다. 혼자 가기 싫은데… 은정이는 떡볶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동생에게 떡볶이를 사줄 테니 함께 가자고 꼬십니다. 그렇게 떡볶이로 대동단결한 두 남매, 고기배달을 나섰지만 몇 걸음도 못 가서 티격태격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그때, “권돼지, 고기 배달 가냐?” 듣기만 해도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뿔싸.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말이 많기로는 학교에서 으뜸인 영민이와 딱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은정이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