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안내] 홍작가's 북N백스테이지 투어 3편 | ||||
---|---|---|---|---|---|
작성자 | 장위행복누림도서관 | ||||
등록일 | 2020.12.26 | 조회수 | 836 | ||
첨부파일 | |||||
+ 첨부된 파일(PDF파일)로 보시길 권장합니다. + 연극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 12/29(화) 단 하루 공개!! 본 연극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홍영은 작가의 작품을 구성하던 책(BookSatge)과 연극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BackStage)을 함께 만나는 시간
창작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가장 먼저 창작물에 소재로 삼곤 한다. 대학시절 대부분의 학생들은 가족이야기를 가지고 작품을 썼다. 그러나 수업시간 이강백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가족서사에서 벗어나라.” 그때부터 나는 모든 소재에서 가족을 배제하였다. 가족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선생님의 말씀 때문인지 미성숙한 작가의 모습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10여년을 가족서사는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채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갔다.
혼술을 하던 어느 날 밤, 여기저기 웃긴 짤을 찾아 유튜브를 돌아다니던 나의 손끝에 걸린 영상 하나. 양희은과 악동뮤지션의 수현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다. ‘엄마가 딸에게’라는 노래. 그 노래를 듣고 방금 전까지 깔깔대고 웃고 난리치던 나는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술기운에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초연 낭독공연 제목은 <마마스 해피니스 도터스 프라이버시> 그리고 2020 월드 2인극 페스티벌에 제목을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으로 제목을 바꾸어 참가한 작품이다.
엄마와 나의 긴 서사를 하루 1시간의 일로 압축해 풀어낸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가능했다. 생각해보면 그 긴 시간의 설움과 아픔과 기쁨도 한 시간 안에 쏟아낼 수 있는 게 모녀지간, 혹은 부자지간이 아닐까 싶다.
이번 [북N백스테이지]에서는 작품을 쓸 때 영향을 받은 책이라기보다는 이 작품과 연관이 있는 연관검색어 같은 책을 골라보았다. ‘딸’이라는 숙명을 가진 창작자들에게 ‘엄마’ 그리고 ‘여성’ 그리고 이 ‘한국사회’는 창작인생에서 한번쯤 건드리지 않을 수 없는 소재들이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는 2019년 2월에 출간된 백수린의 『친애하고, 친애하는』 이다.
나 그리고 엄마 그리고 할머니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상처와 그 화해의 과정이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과 맞닿아 있었다.
엄마의 상처가 곧 딸의 상처가 되고 그것이 반복되는 어느 순간, 딸은 폭발을 하고 엄마는 당황한다. 엄마와 딸은 그런 순환의 고리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은 4명의 딸들과 2명의 아들이 모여서 연습을 했다. 연습을 하는 내내 각자가 가진 엄마와 얽힌 에피소드는 매일 들어도 끝이 나질 않았다. 그렇게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한 바탕 웃고 나면 각자의 표정은 달라졌다. 각자가 안고 있는 상처 그리고 엄마라는 이름을 본인이 부를 때마다 느껴지는 가슴속에 묵직한 연민이 올라오기 때문일 것이리라. 그것이 사랑의 다른 가면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누군가는 지금도 알지 못 할 것이다. 지금도 알지 못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나다.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 중]
엄마 알아, 꽃, 나비! 천년만년 혼자 살 것도 아닌데 대충 성질머리 죽이고 어울리는 맛도 있어야지. 누가 옆에 있겠냐고? 누가 저 성질을 받아줘? 선희 남들 앞에선 안 그래. 엄마 내 앞에서는 왜 그래? 왜 내 앞에서만 그러냐, 너는? 선희 엄마가 먼저 나를 건드리잖아.
이렇게 늘 나를 먼저 건드리는 엄마, 내 상처를 뻔히 건드려 놓고 그게 왜 상처인지도 모르는 엄마. 도대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 딸과 나만 보면 화가 난 것 같은 딸. 이렇게 둘은 만난다.
사실 자식에게 바람을 가지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자식 또한 마찬가지. 부모에게 바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바람이 어긋나기 시작할 때 그 어긋남 사이에는 너의 것인지 나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통곡, 분노, 상처, 눈물이 얼룩져 서로를 할퀴고 나중에는 잘 자리잡은 딱쟁이까지 뜯어내 나의 바람을 들어달라고 강요하게 된다. 그 바람 또한 나의 것이 아니고 너의 것이라면서.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 중]
선우 평범한 엄마. 사실 선희가 엄마에게 바랬던 것이었다. 자식 일이라면 껌벅껌벅 넘어가는 다른 엄마처럼 자신에게 그런 엄마이길 원했던 건 오히려 선희 쪽이었다. 학교 끝나고 돌아오면 있는 엄마, 학부모 상담 때 오는 엄마, 수능 날 하루 종일 기도하는 엄마, 내가 무슨 반찬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는 엄마, 저녁 먹을 시간이 됐을 때 골목에 서 내 이름을 부르는 엄마, 날 재워주는 엄마.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식인 나의 바람은 언제나 나의 것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왜 내가 필요로 할 때 늘 부재한 것인가? 엄마는 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주지 않는 것인가? 그리고는 속으로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그렇게 큰 것이 아닌데…. 이 속마음에는 엄마가 내게 가진 바람은 언제나 크고 거대하고 특별한 것이라는 불만이 바탕이 된 것이다.
대본을 읽어 본 우리 엄마는 공연을 보러오라는 나의 바람에 “짜증나게 그걸 뭘 또 가서 앉아서 보니?”라고 답했다. 하지만 후문에 따르면 공연을 보러 오려고 혜화역까지 왔으나 타고난 길치인 우리 엄마의 본능이 발휘되어 헤매다 안 온 척하고 집으로 가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이미 혜화에 도착한 시간이 공연이 시작한 후였다. 들으며 역시 우리 엄마답다. 라고 생각했다.
(2020.12.29. 4편으로 이어집니다)
〓 더 알아보기
1) [제20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연극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 홍영은 작, 연출
선희와 엄마는 같은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같이 해 온 세월만큼 서로를 공격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다. 함께 해 온 세월에 묻어있는 기쁨과 상처를 가지고 온전히 서로를 바라보기 보다는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이야기하는 선희와 엄마는 오늘도 끝날 줄 모르는 공방전을 시작한다. 당연히 시작은 먹는 문제다!! 라면은 안돼!! 나는 라면이 좋아!! 오늘 하루 둘은 무사할 수 있을까?
★★ 12/29(화요일) 단 하루 공개!! <연극 열나게 속 터지는, 라면>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포스터 이미지를 누르면 공연 정보가 있는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2) 『친애하고, 친애하는』 백수린 저, 현대문학, 2019
그러므로 이 소설은 ‘할머니-엄마-나’로 세대를 유전해 내려올수록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기를 염원하고 또 몸소 실현해 보이기를 주저하지 않은 여성의 이야기로 읽혀야 한다. 이렇게 읽을 때, 엄마가 된다는 것은 자유의 가능성을 낳는다는 말과 같아질 수 있다. ‘자유’라는 추상을 향한 여성의 이어달리기가 진행되는 동안에 이 소설은 마치 바통처럼, 다음 세대의 여성에게 전달돼야 할 친애의 작은 역사로 남을 것이다. (신샛별, 「작품해설」 중 한 부분) ※ 책표지 사진을 누르면 책 정보가 있는 도서관사이트로 이동합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장위행복누림도서관이 함께하는 2020도서관상주작가지원사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