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안내] 홍작가's 북N백스테이지 투어 1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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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장위행복누림도서관 | ||||
등록일 | 2020.12.19 | 조회수 | 1,147 | ||
첨부파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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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은 작가의 작품을 구성하던 책(BookSatge)과 연극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BackStage)을 함께 만나는 시간
코로나가 세계를 덮치진 전 가을, 우리는 연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이른 송년회를 하고자 와인 전문점에서 모였다. 나를 빼고는 모두 유부녀인 친구들은 남편 수다 아기 사진을 번갈아 꺼내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소주 파에다가 미혼인 나는 그들을 멀찌감치 떨어져 관전하는 걸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친구의 한 마디에 시끄럽던 수다가 멈추고 정적이 흘렀다.
“나 얼마 전에 남편 몰래 다른 사람이랑 영화 봤어.”
나는 빠르게 친구들의 눈빛을 스캔했다. 순간, 경멸의 기운이 일렁이다가 이내 부러움의 눈빛이 스치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솔직한 친구가 물었다.
“어땠어?”
1분이 멀다하고 핸드폰에서 여행 사진이며 애들 사진을 찾아 경쟁하듯 내밀던 친구들은 핸드폰을 내팽개치고 그 친구의 이야기를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듣고 있었다. 그렇게 자리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나는 생각했다. 그 친구는 왜 그 이야기를 고해성사하듯이 우리에게 털어놓은 걸까?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을 이야기하는 친구의 태도는 죄를 진 죄인 같았다.
전국을 강타한 드라마 한 편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그 드라마의 명대사를 읊어댔다.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그러자 우리는 ‘한 사람이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형태’ 좁게 이야기 하자면 ‘결혼’이라는 형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옳다 그르다의 주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어디를 가도 그 얘기였다.
사랑은 물건이 아닌데 우리는 흔히 주고받는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크기와 질량이 정확히 주고받아 질 수 있는 물질로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게 해서 사랑은 소유가 가능 한 것일까? 과연 우리는 사람을 소유하고 싶은 걸까? 사랑을 소유하고 싶은 걸까? 이런 의문이 밤마다 나의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책을 훑으며 넘기던 나의 눈에 띈 한 문장.
이제까지 관계에 있어서 삼각형이란 존재는 부정적이었는데…. 밤마다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던 의문에 답을 줄 것만 같은 책이었다.
독점하지 않는 사랑이 가능할까? 곰곰이 내 경험을 생각해보아도 연애/사랑을 하면서 제일 많이 했던 말은 “넌 내꺼야.”였다. 온 몸이 닭으로 변할 거 같은 말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고서는 사랑이 확인이 안 되는 그 말. “넌 나만의 것이야.” 그런데 “너는 나만의 것이기도 하고 그의 것이기도 하고 그녀의 것이기도 해.” 라는 말을 인정 할 수 있을까? 오 마이 갓. 나는 죽어도 안 될 거야. 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연애/사랑이 괴로웠던 이유는 대부분 ‘그 사람의 마음이 나보다 먼저 변할까봐.’였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내가 바람피우는 인간이 될 까봐 불안했던 적도 있었다. 그 모든 불안의 감정들에 위로가 되는 말 한 마디였다. ‘인간이 의리 없이 그러면 안 되지!’라고 분노가 휘몰아칠 거라 생각했던 문장에서 위로를 받고 있었다. 세상에. 심지어 눈물까지 흘렀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한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평생.’이라고 교육받지 않았다면 내가 밤마다 배신감에 온 몸을 떨며 분노의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우리가 ‘한 사람을 만나는 동안에는 그 사람만을 바라보고 헌신해야 한다.’라고 교육받지 않았다면 매일 밤 나의 마음이 혹은 그의 마음이 변할까봐 두려움과 불안감에 떨며 보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렇게 대사 한 마디가 떠올랐다.
“삼각형을 미워하지 마. 서로 화살표가 마주보고 이루어진 삼각형.
그 평화로운 밤은 태풍의 전야와도 같은 것이었다. 전국을 강타했던 논란의 소용돌이가 곧 우리 연습실에서 불어 닥칠 것이라는 생각은 그때까지는, 정말 그때까지는 하지 못했다.
(2020.12.22. 2편으로 이어집니다)
〓 더 알아보기 1) <연극 폴리아모리> 홍영은 작, 연출(40분)
2) 『폴리아모리』 후카미 기쿠에 저, 해피북미디어, 2018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장위행복누림도서관이 함께하는 2020도서관상주작가지원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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