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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표지
제 목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저 자 마리암 마지디 지음 ; 김도연, 이선화 옮김
발행처 달콤한책
발행년도 2018
청구기호 863-마78나
추천시기 2019,01

이 소설은 작가 마리암 마지디의 자전적 첫소설로 프랑스에서 2017년 콩쿠르상과 우에스트 프랑스문학상을 받았다. 조국 이란이 내란으로 혼탁한 시절에 정치운동을 하던 부모의 갑작스런 망명으로 6살 어린 나이에 생활과 풍습이 다른 프랑스에서 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가 하나하나의 에피소드와 옛날옛적에 라는 스토리형식을 통해서 작가의 심리적 또는 환경적 사건을 풀어내고 있다. 이야기가 순서없이 지그재그로 전개되는 것이 작가의 심리 또는 시간적으로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아이의 성장과정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생소한 프랑스어를 배우고 낯선 아이들과 어울려야하는 두려움의 벽이 어느 순간  무너지며 프랑스인이 된 듯도 하다. 부모의 모국어의 집착이 오히려 반항하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 상실에 대한 회의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결국 뿌리를 찾아 이란으로 친척을 방문하고 다시 페르시아어를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다.
앞부분에서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대 정의에 불타는 젊은이들의 운동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생각나게 하고, 망명의 생활은 홍세화의 '빠리의 택시운전사'와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이 우선 떠올랐다.

또한 작가는 작중 인물의 심리상태와 현실을 잘 묘사하고 있어 실제로 보고 있는 듯하고, 미리암과 함께 갈등하고 고민하고 두려워하는 기분을 맛보게 한다.


아래의 옛날 옛적에는 이 소설의 내용을 이 한편의 서사시에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 소개한다.

p.107 옛날 옛적에
아버지와 어머니와 딸이 있었다.
아버지 그림자가 벽 위에 어른거렸다.
얼굴을 가린 어머니는 바닥에 쏠리는 긴 치마을 입고 있었다.
딸의 발은 허공에 사뿐히 떠 있었다.
그리고 셋은 손 안에 비밀을 간직했다.
손바닥에 새겨진 글자, 망명

딸에게 더는 장난감이 없었다.
알파벳 글자와 바꿨다고 한다.
어머니에게 더는 미소가 없었다.
한 줌의 추억과 바꿨다고 한다.
어버지에게 더는 청춘이 없었다.
돈 몇 푼과 바꿨다고 한다.
그리고 셋을 조금씩 이방인이 되어 갔다.

땅이 자꾸 딸의 발밑에서 무너졌다.
추억이 자꾸 어머니 머리에서 빠져나갔다.
아버지 손에는 돈이 늘 부족했다.
그리고 셋은 조금씩 희망을 잃어갔다.

그래서 딸은 땅에서 눈길을 거두었다.
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어머니는 추억을 밀어냈다.
잊는 법을 배우기 위해
아버지는 동전을 세지 않았다.
꿈꾸는 법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셋은 웃기 시작했다.

가족들 귓가에 닿을 만큼 멀리
웃움이 날아갔다.
두고 온 땅이 떨릴 만큼 힘차게
웃음이 날아갔다.
잠자는 기억을 깨울 만큼 크게
웃음이 날아갔다.
그러나 하도 웃어서 셋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럼에서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강한
웃음이 한 아름 차올랐다.
지금, 가득 고인 눈물처럼
벽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지닌 아버지의
바닥에 쓸리는 긴 치마를 입고, 얼굴을 가린 어머니의
허공에 발이 사뿐히 떠 있는 딸의
눈물들
그리고 셋은 손 안에 비밀을 간직했다.
손바닥에 새겨진 글자, 망명

p.156 치즈 / 취향
어떤 아이들은 내 옆ㅇ 앉는 것을 좋아했다. 내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탐욕스럽게 내 전채요리나 디저트를 입에 쑤셔 넣었다. 내가 가장 싫어했던 것은 치즈다. 프랑스 치즈는 참기 어려울 정도로 고약한 냄새가 났다. 이란의 페타 치즈는 카망베르라고 불리는 프랑스 치즈처럼 며칠묵힌 양말 냄새를 풍기지 않고 국물이 흐르지 않으며 역겹게 끈적거리지도 않는다. 양젖 혹은 염소젖 냄새를 희미하게 풍기며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난 이 치즈를 매일 아침 차와 함께 먹는다. 프랑스인들은 식사 후에 치즈를 먹는다. 순서가 어떻든 따지지도 않고 거꾸로 먹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p.168 특별반 / 망명자의 아이들
특별반에서는 가난과 소외의 냄새가 났다. 이곳은 마치 뒤뜰이나 무대 뒤, 보기 흉하거나 남에게 보여선 안 될 물건들을 숨기는 장소 같았다.
슬픈 눈빛으로 구부정하게 어깨를 굽히고 다니는 아이들이 싫었다. 옷차림도 남루했고 빈티가 났다. 그 아이들에게 선 체념의 기운이 흘렀고 연약한 뿌리로 흔들리며 그저 부유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프랑스어를 잘 하지 못했다. 어떤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장애물에 막혀버린 듯 실력이 전혀 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프랑스 땅에 던져지고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아이들로 이루어진 이상한 반이 바로 특별반이었다.
새로 학생이 들어올 때마다 자신을 소개하고 어디에서 왔는지 말했다. 내가 그 반을 떠날 때까지 파키스탄, 알제리, 폴란드, 세네갈, 터키, 카빌리아, 중국, 베트남......여러 나라에서 아이들이 오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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