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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표지
제 목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저 자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 문기업 옮김
발행처 재승출판
발행년도 2018
청구기호 833.6-모298에
추천시기 2018,08

2018 폭염 속에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조원영)는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를 만났습니다.

내용: 누군가의 슬픈 여름이 따듯한 이야기가 되어 돌아온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아침마다 일본의 작은 어촌을 산책하고, 낚시도 하고, 하나하나 생선요리를 함께 만들어 맛있게 먹는 과정에서 아픔이 치유되어 가는 또 하나의 리틀 포레스트나 도시어부와 같기도 하다. 자연과 더불어 이 더운 여름 속에서도 여행은 푸른 바다와 바람, 하늘을 느낄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주인공 에밀리는 실연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의지할 곳이 없어 우울증에 빠지고, 외로움 속에 현재의 생활을 정리하고 바닷가 외할아버지 집으로 도망을 간다.

기대하지 않고 떠난 길이지만 무뚝뚝한 할아버지는 여러 가지로 그녀의 옆에서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고, 자연과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에밀리의 마음은 조금씩 치유되고, 안정되어 삶에 대한 힘을 찾아간다.

 

p.31 “실례합니다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띠링.

복도 안쪽에서 맑은 풍경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이 열리면서 바닷바람이 복도를 타고 지나간 것인지도 모른다.

띠링.

가슴속가지 들어올 것 같은 아주 시원한 음색이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어쩐 일인지 내 머릿속 기억의 실이 단숨에 막 이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에는 이 현관 앞에서 걸음을 멈춘 적이 없었다. 내 집처럼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면서 오빠랑 천진난만하게 놀았다.

띠링.

나는 미닫이문을 열고 과감하게 현관문 안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p.60 저녁밥

김이 피어오르는 쏨뱅이 된장국을 먹었다.

하아, 하고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행복한 맛을 평범한 식탁에서, 평범하게 맛보고 싶었는데... 마을메 사무치는 생각을 했더니 괜히 슬퍼졌다.

띠링.

풍경소리가 갑자기 마음속으로 파고들어 가슴 언저리에서 메아리치는 것만 같았다.

, 왜 이러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 바로 아래에서 촉촉한 감정이 치솟아 식탁에 물방울 두 개를 뚝뚝 떨어뜨리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고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방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좀 더 줄까?”

 

p.84 산책

하아 상쾌해.”

가슴속에 떠오른 감정이 아무런 꾸밈없이 그대로 말이 되어 입으로 흘러나왔다. 마음속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지금까지는 미처 몰랐다.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맛보았다.

계속 고로가 이끄는 대로 걸었다. 바로 뒤에서 할아버지의 찰딱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푸른 바다

푸른 하늘

푸른 바람

아직 이른 아침인데 벌써부터 수평선 너머에서는 적란운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언덕의 산기슭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낯이 익은 항구가 가로놓여 있었다. 안벽과 방파제로 둘러싸인 사각형 수면이 아침 햇살을 받아 흔들렸다. 항구가 있는 곳 더 앞쪽의 작은 언덕에 있는 푸른 기와지붕의 할아버지 집도 보였다.

 

p.130 소원

에밀리는 무슨 소원을 빌고 싶지?”

?”

그러고 보니 난 무슨 소원을 빌고 싶은 걸까.

글쎄 행복해지는 거?”

할아버지는? 뭐 빌고 싶은 소원 있어?”

특별히 없구나, 단지. 행복해지는 것보다는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p.132 서핑

물보라를 내뿜으며 파도의 경사면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서퍼, 파도 아래에서 빠른 속도로 떤을 하더니 이번엔 무너지기 시작한 파도의 정점으로 단숨에 올라섰다.

그리고 서퍼와 서핑보드는 파도의 꼭대기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며 반짝이는 물보라를 흩뿌렸다.

 

p.147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도시에서 생활해온 내가 스물다섯 살이 될 때까지 상식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이 노인에게는 전혀 상식이 아니었다. 아니, 그런 것에는 조금도 관심을 주지 않고 생활했다. 항상 자신만의 속도로 담담하게, 어깨에 힘을 뺀 채 살아가는 모습에는 감동마저 느껴졌다.

~

진지하고 말수가 적은 편인 데다 태도는 거칠고 가끔 독설을 내뱉고 생활은 따분하고 대화도 재미없고 상대가 농담을 해도 별로 웃지 않는 할아버지가 이런 시골에 살면서도 고독을 느끼지 않다니, 어떤 의미로는 기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부탁한 적도 없는 식재료를 사람들에게서 받아온다거나, 어디서 무엇을 낚을 수 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굳이 찾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입소문을 듣고 알아내는 점도 신기했다.

할아버지는 매일 산책을 하고, 낚시를 하고, 책을 읽고, 풍경을 마들고, 그리고 누군가에게서 받은 식재료를 너무나 맛있게 조리하고, 그 음식을 조용히 맛보는 생활을 계속해왔다. 단 음식을 다 먹기 힘들 때에는 적당히 지인에게 나누어준다. 아니, 가끔은 먹으라고 억지로 떠넘기듯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지인들은 할아버지의 그런 행동을 매우 좋아하는 듯했다.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형성된 나의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았다.

다른 사람은 어떤 느낌으로 책을 덮을 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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