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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따로 또 같이, 우리 잘 살고 있어요!
작성자 정릉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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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터]2020마을인수다(정릉도서관).png

따로 또 같이, 우리 잘 살고 있어요!

- 2020 정릉 마을in수다 현장스케치 -

 

 

 

  로나19 이후, 달라진 일상 속에서 따로, 또 같이 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함께 하는 것의 가치가 이전과 같은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도, 정릉에서 여전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모으기 위한 작은 공론장이 정릉도서관에서 열렸습니다. ‘코로나19와 정릉’을 주제로 진행된 열띤 토론의 기록을 공유합니다.

 


- 행사명 : 2020 정릉 마을in수다 : 따로 또 같이, 우리 잘 살고 있어요!

- 주  제 : 코로나19와 정릉

- 사  회 : 김경서(아트버스킹, 정릉 차라리낭만 운영)

- 일  시 : 2020.11.18.(수) 10:30

- 장  소 : 정릉도서관 행복한서재

 

 


 

정릉은 어떤 마을인가요?


이문수 (청년식당 문간)

  저는 여기 정릉에 온 지 3년 정도 됩니다. 정릉, 와서 보니까 좋더라고요. 저는 성북동에서 살고 있어요. 성북구에 온 지는 20년이 넘었지만 그간 정릉에 올 일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몇 번 지나간 정도가 저의 경험의 전부이고 말 그대로 ‘정릉’이 있는 곳이니까 저는 고궁과 연결되는 정도의 이미지였는데 와서 생활을 해 보니까 정말 정이 있는 동네, 사람 냄새나는 동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함께 계시는 많은 활동가분들, 주민분들 – 그리고 새롭게 이곳에 오고 있는 청년들, 예술가들 - 그런 분들이 다채롭게 어울려서 역동적인 느낌을 받아요. 제가 서울에 다른 지역을 많이 가봤거나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비교한다는 게 좀 우습지만 다른 곳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요? 손에 꼽을 정도는 있겠지만 서울이라는 곳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기가 참 어려울 것 같아요.


  이곳에 사시는 분들도 다양한 이슈들이 있겠죠. 경제적인 이슈부터 문화적인 이슈까지 다양하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 모인 분들은 내가 사는 마을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애쓰고 노력하시는 분들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귀 기울여서 듣고 배우겠습니다. 또 오늘 자리가 앞으로 계속 만남을 이어갈 수 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선 (정든마을)

  저는 정릉에 2000년도에 와서 20년 살았습니다. 사실 제가 처음에 이사 와서 2년만 살다가 이사 가려고 했었어요. 우리 애들이 그 때 하나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자꾸 이사가자고 하는 거예요. 왜 그러냐니까 마을이 후져서 싫다는 거예요.(웃음) 뭐가 후지냐니까 하튼 맘에 안드니까 다시 이사가자고 해요. 그래서 기회 봐서 다시 가려고 했는데 결국 20년간 살게 되었습니다. 정릉이 참 소박하고 순수한, 사랑과 정이 넘치는 곳이에요. 제 꿈이 앞으로도 정릉에서 봉사하면 살아가는 거예요. 앞으로 남은 인생도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정릉에서 오랫동안 살 겁니다. 저는 여기서 여러분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희자 (마을활동가)

  저는 정릉에서 살다가 다른 동네로 이사 갔는데요, 정릉을 벗어나 봐도 여전히 정릉은 내 ‘영역’이라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제가 작년에 이사를 갔는데도 이틀에 한 번꼴로 제가 정릉에 오는 거예요. 이사 간 지 2년이 지났는데도 난 한 번도 내가 정릉사람이라는 생각을 벗어나본 적이 없어요. 그게 이상하더라고. 물론 내가 74년부터 정릉에 발을 디디긴 했어요. 여러 가지 인연으로 들어와서 살면서 정릉에서 여러 가지 마을 활동을 15-16년 정도 했지요. 그러다가 다른 동네로 생각지도 않게, 억지로 이사를 간 거라서 정릉에 오면 굉장히 편안한 거예요. 그 편안함이 뭘까 나도 생각해봤어. 일단 여기 오면 사람들 눈빛이 달라. 그 눈빛이 뭐냐면요. 제가 정릉에 놀러오면 그 전에 그렇게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더 잘해줘요. ‘김이장님 언제 이사오셔?’ 빈말이어도, 그 말이 너무나도 정감이 가는 거예요. 우리 자식내외도 숭곡초등학교 근처에서 살아요. 애들도 그 학교 다니고요. 가끔 애들이 전화를 해요. 집 봐달라는 소리거든.(웃음) 근데 지금은 그 소리가 너무나 정겹게 들려요. 오늘 정릉도서관에 와서 딱 닿는 느낌, 눈빛이 너무나 따뜻해요. 정릉 사람들은 눈빛이 살아있어요. 나갔다 들어오는 사람도 반겨주고, 그런게 바로 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다시 이사를 와야겠다 이런 마음이 들 정도로.

 


허용훈 (정릉도서관 청소년 자원활동가)

  저는 2002년생 허용훈입니다. 저는 정릉에서 어린이집부터 초·중·고 다 다녔어요. 올해 고3이고요. 정릉은 살기 좋은 곳인 것 같아요. 놀거리는 많이 없는데 주변에 북한산도 있고 정릉천도 흐르니까 공기도 좋고요. 정릉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데 잘 대해주시고 동네에서 뵙는 어른들도 다 친절하시고 좋으신 것 같아요. 좋은 추억이 많이 생기는 동네입니다.

 


최영미(슬로카페달팽이)

  저 같이 40대 싱글이고 큰 개를 키우고 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모든 차별과 배척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오히려 텃세를 많이 느꼈어요. 그래도 저는 인사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알고 보면 정이 많은 사람 같아요. 끊임없이 두드리니까 그래도 지금은 인사를 다 받아주시더라고요. 저 원래 인사 되게 잘하거든요.(웃음) 사람들도 이상한 거예요. 쟤 누군데 나한테 인사를 하는 거지? 막 이러는데 저희 골목만이라도 인사를 하고 지내고 싶어서 그랬어요. 지인이 무슨 지원 사업을 같이 하면 이웃들과 친해질 거라고 해서, 저는 그런 거 되게 싫어하는데, 그래도 한번 해보자 해가지고 280만원짜리 받아서 골목 꾸미기도 했습니다. 그런 노력을 많이 했어요.

 


최연희(정말기록당)

  최영미 선생님께서 정릉에서 텃세를 느꼈다고 하셨는데 저는 1)정릉 주민들이 결혼까지 시켜주셨기 때문에 가장 크게 정을 느낀 사람이에요. 아까 말씀을 들으면서 왜 그랬을까 생각해봤어요. 저는 동일한 시기에 밖에 나가서 동네 분들을 만나면서 정을 쌓았단 말이에요. 아마도 제가 공무원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이분들이 저한테는 기본적인 신뢰를 보여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공직에 있으니까 텃세 같은 게 없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동네분들이 정말 정이 많은 주민이라 그랬다고 생각했는데요.(웃음)

 


김경서(아트버스킹)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죠. 정 있는 마을이다, 텃세가 있다... 최영미 선생님은 텃세가 있었을 때 받아주실 때 까지 계속 인사 했다고 하셨잖아요, 이 얘기는 곧 마을에 ‘정’이 있는 게 아니고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만들어야 하는게 ‘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눈빛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정이 있는 사람, 마을이 되기도 하고 누구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정릉의 ‘정’을 우리가 계속 의지를 가지고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정릉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김가희 (호박이넝쿨책, 마을온예술)

  어떻게 보면 변화되는 부분을 잘 모르고 지나갈 정도로 자연스럽게 적응해나갔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할 것은 어떻게든 하려고 했어요. 책방에서 하는 활동들도 소규모로 모이는 모임들은 진행을 했어요. 하지만 진짜 심할 경우에는 모임을 아예 못하는 경우도 있었죠. 그때는 2)줌(Zoom)이나 영상을 활용해서 새로운 시도들을 해봤어요. 시도라고 생각하고 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한 것 같은데, 책방에서 하는 3)낭독극 같은 경우 모여서 녹음을 못할 때에는 줌으로 한 것을 녹음해서 내보내기도 했고요. ‘계속 이렇게 가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많이 했는데 그 덕분에 줌이나 영상과 가까워 졌어요.


 저는 4)마을온예술 협동조합도 하고 있어요. 거기도 계획된 사업들은 모두 진행이 되었는데 영상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다 전환이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조합 안에 다양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 계시니까 일로써는 무리 없이 했는데 영상 작업이라는 게 굉장히 사람들을 피로하게 만드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정리하자면 ‘나름대로 바뀐 상황에서 방식은 다르더라도 계속 길을 찾아 나갔지만 그 과정이 굉장히 피로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자_김경서(아트버스킹)

  말씀처럼 코로나19로 영상이나 이런 디지털 쪽에 더 친해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굉장히 긍정적이게 표현한 것이지만요. 이전에는 AI, 무인자판기라든지 사람과 하지 않아도 되는 게 편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코로나19 이후에 잠깐 모여서 회의하면 될 걸 비대면으로 하다 보니 오해도 생기고 어려운 일도 생기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대면해서 대화한다는 게 보이진 않지만 많은 것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는 생각들을 하게 됐습니다.

 


박동염 (성북청년시민회)

  5)최근에 2030여성 청년들의 자살률이 급증했다고 하죠. 그 세대가 이런 코로나19 사태에 제일 취약한 거예요. 일자리 같은 경우도 서비스직이 많다보니 많이 잘리게 되고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좁은 원룸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하다 보니 마음 건강을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되게 마음이 아팠거든요. 청년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는 20대 중반부터 성북 그리고 또 그 안에서 정릉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굉장히 많은 선배님들 그리고 지역의 주민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잘 지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공동체를 경험하지 못한 요즘의 Z세대 친구들은 진짜 고독하겠다 싶은 거예요. 이럴 때일수록 더 뭔가 공동체에 확신을 하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의 청년들은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고 우울하면서도 뭔가 누군가 옆에 있는 것을 되게 간섭한다고 느끼는 걸 알고 고민이 많습니다. 제가 중간에서 어떻게 세대 균형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사회자_김경서(아트버스킹)

  세대소통.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근데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은 이해에서부터 출발하는 거잖아요. 코로나19 시대 2030대 여성들의 상황에 대해서 오늘 정릉 마을in수다를 통해서 알게 되었듯이 이렇게 서로에 대해서 알아 가다보면 이해하려는 마음이 더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청년들은 사실은 좀 불안정한 사회에서의 위치, 상황들에 플러스로 코로나 시대가 온 거라서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른들이 좀 더 신경 써줘야 할 것 같습니다. 윗세대가 청년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할지 잘 모르고 그리고 잘못 말하면 대화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죠.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로 관심을 가지고 중간에 세대 균형을 맞추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대화의 기회를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저희가 세대 균형이라고 표현하는 소통이 이뤄지고 모두에게 ‘정 있는 마을, 정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곽연지(동덕여대 사회봉사자)

  대학교도 코로나19 이후 풍경이 많이 바뀌었어요. 보통 줌 아니면 영상 강의를 듣는다고 알고 계시는데 저는 전공이 실기과목이거든요. 온라인으로 대체가 안돼서 어쩔 수 없이 직접 가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도 교수님이 이론적으로 알려주시는 것 외에 수업은 아예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올해 학교를 못 갔습니다.

 


한정혜(정말기록당)

  저는 6)‘찾아가는 정릉 마을in수다’ 인터뷰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주민 분들과 먼저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그때 이야기 했던 것을 전해드리고 싶어서요. 정든마을 김정선 대표님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공간을 주민 공동체가 운영을 하지만 그 시설 자체는 서울시거예요. 그러다보니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간 운영에 대한 사항을 우리가 결정할 수 없어요. 이를테면 코로나19가 심각하니 다 휴가가라고 하니까(공간을 닫으라고 하니까) 대표님 입장에서 공동체 활동을 거의 못했기 때문에 굉장히 답답하고 아쉬운 상황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요즘은 1단계로 내려가면서 소규모지만 모이고 있기는 합니다만 앞으로를 위해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들, 이를테면 야외에서 모이거나 하는 방법들을 생각해봐야겠다고 하셨고요.


 권현식 대장님께서는 정릉3동에서의 여러 활동 중 하나로 정릉천별동대 대장을 하고 계신데, 시대가 이러다보니 환경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그래서 동네에서 방역활동 하시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정릉천, 북한산, 정릉시장 등 정릉의 곳곳을 관리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살핀다고요.


 그리고 정릉의 학부모님들도 만났는데 자녀들 학교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계속 이야기 나눠보니 의외로 모두 빨리 적응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코로나 이전은 어떻고 지금은 어떠세요?’ 물으면 이전 이야기는 거의 안 하세요. 그냥 다들 요즘 상황에 대한 이야기만 하시더라고요. 제가 만난 학부모들 중 한분이 자녀가 초·중·고 셋이에요. 아이들이 학교를 돌아가면서 가니까 언제나 애들이 집에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 애들이 같이 밥도 같이 안 먹고 그러니까 하루에 7~8번 밥 차리고 치우고 이러면서 살았다고 하시는데, 그런 와중에도 그 경험에서 좋은 점을 발견하셨더라고요.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몇 시간을 하다가 나와보니 엄마가 아까도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도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엄마, 왜 이렇게 계속 일해. 쉬어!” 이렇게 이야기를 해줬다고. 아이들이 엄마가 계속 집안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이해를 못하고 있다가 느끼게 되고 반대로 부모는 아이를 접하는 시간이 많으니까 아이가 뭐가 힘든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기회가 됐다고 하셨습니다.

 


김종덕(정릉도서관)

  저도 지금 정릉에서 2년째 이제 거주를 하고 있고 아이도 올해 태어나서 정릉의 주소지를 아이도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 120일이 되었는데 지금 아이와 함께 밖에 못나가고 있어요. 유모차만 하더라도 전에는 유모차 다 열고 다녔었는데 이제는 유모차 꽁꽁 싸매고 비닐까지 앞으로 커버를 씌워서 다닙니다. 정릉천을 산책하면서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마스크 쓴 모습들을 보면서 아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이가 계속 마스크 낀 모습만 보게 되니까요.


 한 뉴스레터에서 본 사례입니다. 어린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인터뷰한 내용 중 하나가 ‘이제 마스크를 쓰고 옆구르기와 앞구르기와 뒷구르기를 모두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마스크를 쓰고 뛰어도 숨이 차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순간 우리가 이렇게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적응을 해서 살고 있구나 싶었어요. 어느 순간 ‘나는 일단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지?’ 주변을 돌아보게 돼요. 사람들과 같이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된 시기인 것 같습니다.

 

 

 

따로 또 같이, 정릉에서 행복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종안(정릉2동주민자치회)

  오늘 이 수다 자리를 깔아주신 정릉도서관측에 감사드려요. 이런 자리를 자꾸만 마련해줘야지 발전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말을 하다보면 아이디어도 생기고 아무도 말을 안 하면 아이디어가 안 생기거든요. 정릉이 어떻게 해야 발전이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요번에 7)정릉도서관에서 줌이라는 것을 처음 배웠어요. 아시는 분들도 계실거지만 나이 많으신 분들은 줌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초등학생 애들이 없는 집은 몰라요. 그리고 식당에 있는 무인시스템 있잖아요. 베트남 쌀국수집에서 주문하려고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에이 그냥 칼국수 먹지” 이러면서 돌아서는 분들도 계실거예요. 아마 그런데서 나이 들었다는 것의 설움을 느끼겠죠. 너무 속상해요. 이럴 때 뒤에서 기다리던 젊은 사람들이 좀 가르쳐주면 괜찮은데 “얼른 안하세요? 뒤에 사람들 기다리잖아요” 그러면은 진짜로 창피해요. 그리고 QR코드 찍는 것도 모를 때도 있잖아요.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부터 아는 것은 아닌데... 근데, 그거 쉬워요. 알고 하면 너무 쉬운 거예요.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아직은 더 많은 거예요. 그런 것은 젊은 사람들이 나이 드신 분들한테 조금씩이라도 한번이라도 가르쳐줬으면 그래야지 발전이 있지 그렇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_김경서(아트버스킹)

  디지털 격차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거죠. 제가 얼마 전에 은행에 갔습니다. 스마트뱅킹으로 안되는 게 있어서 직접 갔는데 창구가 북새통이더라고요. 은행 직원분들에게 존경의 마음이 생겼어요. 한 어르신과 청원경찰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소리를 지르고 계셨는데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귀가 잘 안들리는 어르신을 상대하고 계셨던 거죠. 이런 고민들을 마을에서 같이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다는 거죠. 방금 말씀하셨지만 젊은 세대가 마을의 어르신들이 그런 것들을 조금 편안하게 느끼실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게 가장 좋을 것 같고. 직접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아까 정릉도서관처럼 디지털을 알려드리는 자리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정훈(호박이넝쿨책)

  우리가 코로나 시대에 있지만 지금과 비슷한 시대가 이미 한번 있었던 것 같아요. 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IMF가 있었잖아요. 그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삶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했었어요. 귀농 얘기도 많았고 채식주의도 유행이라 저도 잠깐 했던 기억도 있고요. 그러다 근데 갑자기 어느 날 김정은이라는 CF스타가 나타나면서 ‘여러분 부자되세요!’라고 했죠. 그러면서 사람들이 ‘웰빙 웰빙’ 거리더니 이게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면서 다른 삶에 대한 생각들이 흐지부지되어버리고 그랬어요. 근데 우리가 코로나19를 겪는 걸 보면서 지금도 우리가 등한시하고 있었던 환경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같이 이야기 하고 또 세상은 진짜 혼자만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것들에 대한 인식들이 생기고 있잖아요. IMF 때처럼 다른 삶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까 싶기도 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전과 달리 되게 많은 반응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가려고 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이번에는 우리들 각자가 기회를 놓치지 말고 새로운 삶을 찾아봤으면 해요. 아주 대다수가 고등학교를 들어가서 취직하는 한가지의 방향만으로 인생을 놓고 있는데 인생은 그 길 말고도 되게 많다는 것을 볼 수 없도록 강요받는 현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호박이넝쿨책은 앞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자는 의미의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올해는 미디어 활동이 많았는데 계속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을 했었어요. 근데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구나 싶어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하는 게 아니고 이게 만들어지는 과정들을 기록해놓고 그것들을 미디어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이런 시대에 계속해서 뭔가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델들을 보여주는 작업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최영미(슬로카페달팽이)

  코로나19도 워낙에 제가 놓고 산지가 오래돼서 별로 큰 변화를 못 느끼고 저희 카페 같은 경우 오히려 더 잘됐어요. 학생들이 학교를 못가니까 카페에 와서 줌 보고 이러잖아요. 그래서 사람은 많죠. 항상 북적북적 댔어요. 오픈시간에 와서 퇴근할 때 같이 나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저는 뭐라고 하지 않고 계속 뭘 더 주거든요. 제가 정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다 우리 카페에 오는 것 같아요, 소문나가지고.(웃음) 제일 불쌍한 게 학생이잖아요. 지금은 특히 대학생. 학교에 돈도 많이 내는데 지금 그 돈 값도 못하는 것 같아서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13년부터 누가 저에게 뭐하는 분이냐고 물으면 ‘저 그냥 살아보고 있는 사람이에요.’라고 했어요. 제가 뭐하는 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이런 삶은 어떨까 생각한대로 살아보고 있는데 이렇게 계속 살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사는 걸 정리된 단어로 말해본다면 ‘의도적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너무 우울할 것도 없어요. 지금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에 고민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의도적 삶을 살아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추구했던 삶의 경험들을 오히려 이번 기회에 해 보는거죠. 저도 미뤄뒀던 경험들을 다시 하면서 씩씩하게 살고 있습니다.

 

 

 

사회자_김경서(아트버스킹)

  뉴노멀이라고 하는 것이 기존의 시스템이 재부팅, 제로화되어서 다시 가야한다는 의미라고 하더라고요. 앞서 말씀해주신 대로 지금 우리의 선택이 앞으로의 새로운 세대를 좌우할 수 있는 거예요. 만약 환경적인 부분을 예를 들면 포장, 배달이나 이런 데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지금 시스템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거죠.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소비하느냐에 따라서 공급의 시스템이 지구는 살리는 방향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 이러한 것에서도 우리는 의도적인 삶을 사는 계기를 찾을 수 있고 의도적으로 조금 더 나은 삶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이해했습니다.

 

 

윤미연(정말기록당, 정릉동 학부모)

  저는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예요. 코로나 때문에 제가 크게 변한 것은 없고 아이가 학교일 때문에 좀 힘들어해요. 학교 입학식도 제대로 못하고 개학도 제대로 못했죠. 제대로 된 수업도 많이 못했고요. 돌봄에만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돌봄에도 못가는 다른 아이들은 어떨지 굉장히 걱정이 많이 돼요. 근데 점점 가다가 보니까 돌봄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더라고요. 학교의 돌봄도 지금은 교육청 소관이 아니고 지자체로 이관이 된다고 하고, 학교 내부에서도 돌봄 때문에 여러 가지 갈등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지자체로 이관을 받아서 한다고 하면 지자체는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 동네 같은 경우에는 지역아동센터가 없어요. 정릉4동에 몇 개가 있다고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서로 지역에서 돌봄이 일어나야할 것 같은데 지금 시설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것들은 아무도 이야기도 안하면서 그냥 교육부에서 이렇게 하겠다고 발표만 하니까 굉장히 의아스러운 거예요. 그래서 저는 마을활동을 하면서 ‘마을 안에서 교육을 연결시켜보자’고 여러분에게 얘기를 해봤더니 긍정적이세요. 정릉에 기관이 많이 있잖아요. 도서관이나 청소년문화의집 같은 곳이요.


 근데 문제는 학교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 정말 적극적으로 학교에서 하던 교육의 업무를 밖으로 내보낼까요? 저희 아이 학교 교장선생님과 잠깐 이야기해본거로는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도적으로 학교에 운영위원회가 있잖아요. 학교운영위원회에 지역위원이라는 게 있어요. 잘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지역위원이라는 게 유명무실하더라고요. 서울은 지역이 굉장히 광범위해서 지역이라고 하면 ‘서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어느 정도를 지역으로 보는지를 교육청에 문의를 했어요. ‘학교 소재의 지역’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저는 학교 소재의 지역이라고 하면은 ‘정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확하게 말하면 정릉4동이긴 하지만 좀 넓게 보면 정릉, 더 넓게 본다면 성북구인데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 모시고 오는 지역위원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굉장히 멀리 떨어진 노원구, 태릉 쪽 이런데서 지역 위원들을 모셔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거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여러 번 했는데 학교에서 너무너무 싫어하는 거예요. 이걸 저 혼자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다른 학교 운영위원회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어요. 지역을 잘 아는 지역의원과 같이 활동을 하면 우리 이야기가 동이나 지역사회에 있는 다양한 단체들과 금방 연결이 되잖아요. 그럼 크게 걱정을 안 해도 어떤 장이 열릴 것 같은데 그것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학교 당국인 것 같아서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마을에서 함께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자_김경서(아트버스킹)

  마을활동이라는 게 지역에서 우리들이 사부작사부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겠지만 지금 말씀해주셨듯이 어떤 사회의 시스템, 교육이라든지 행정의 시스템과 접점이 생기면서 그 시스템을 조금 더 현장의 상황들을 반영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저희들이 모여서 해야 될 일이다. 저는 이렇게 해석이 좀 됐고요. 저도 초등학교 학부모입니다. 예전에 3년 전인가 중학교에서 마을여행 수업을 밖에서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안전문제 때문에 진행이 어렵다고 답변을 들었어요, 여러 가지 행정적인 위험을 감수해야하는데 그게 행정상 처리가 안되는 거죠.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수업한다는 것 자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아질 거고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을 같이 나누고 어느 정도 조율해가는 과정이 요즘에 계속 이야기하는 협치라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활동하고 있는 내용들을 지금은 주민자치회와 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그리고 성북에는 ‘협치성북’이라는 테이블이 있습니다. 그 테이블에서 의견을 개진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돌봄 말씀하셨으니까 잠깐 제가 아는 것만 공유해드리면 성북에서 8)돌봄SOS센터를 시범운영하게 되는 것을 계기로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민간 쪽에서 사회적경제쪽에 서비스를 연결하고 공간들도 연결해보는 통합적인 통합돌봄서비스를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자치회도 있지만 성북구 각각의 지역 현장에서의 이야기들을 듣고 말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데 마을활동하시는 분들이 참여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연희(정말기록당)

  저는 정릉에 2010년에 이사와서 10년째 살고 있고요. 2018년에 공무원 하다가 그만 두고 민간 활동가로 지낸지 3년 정도 됐습니다. 정릉에서 기록 활동하는 분들 모아서 네트워크 만든 지도 그만큼 됐는데요, 저희들 속도대로 하고 있어서 우리가 재밌는 것들 위주로 좀 하고 있습니다. 저는 40대에 결혼은 했는데 아이는 없는 가정이에요. 제가 원래 항상 감사하고 긍정적인 사람이긴 한데 올해는 특히 매일 아침에 눈을 떠서 매일 잠들 때마다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비록 나라 것이긴 하지만 쫓겨나지 않는 집에서 살고 있고 그리고 일단 올해까지이긴 하지만 밥 먹을 수 있는 밥벌이가 있어요. 그 일이 제가 좀 좋아하는 일이에요. 직장 가기 싫어서 힘들어하는 일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돈으로 일정부분 받고 하는 일이라, 물론 거기서 돈을 벌어 와야 정릉에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긴 하지만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 친정시댁 다 크게 아프신 분 없으세요. 사실 제가 제일 많이 골골댔는데도 올해 크게 아픈 것 없이 사고난 것 없이 지난 것 자체가 너무너무 감사한 일이구나 싶습니다. 올해 정말 처음으로 매일매일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다 보니 다른 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요. 특히 아까 박동염님 말씀해주신 20대 여성 자살률 너무너무 높아지고 있거든요. 우리나라가 기본 정책을 4인 가족으로 하고요. 아이들, 어르신, 장애인 복지 다 있는데 20대 여성을 위한 복지는 사실 없어요. 솔직히 약간 복지에서 떼어져 있는 세대가 20,30,40대예요. 그 중 아이가 있는 가정은 보육비나 이런 지원이 일부 있죠. 저도 결혼하지 않았고 월세를 많이 내는 원룸에서 살았다면 저도 아마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었겠죠. 우리 지역에 큰 불이 나거나 수해가 나서 당장 사람들이 집을 잃는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갈 데가 없어요. 호텔로 간다고 해도 한 두 가정인거예요. 인간의 신체도 상처가 나면 다시 새살이 돋잖아요. 산불이 크게 난 산도 시간이 좀 지나면 생태계가 다시 일어나요. 우리는 사회도 그런가요? 그 생각을 정말 많이 했고,


 제가 생각하는 마을활동은 사람과 사람이 동네에서 만나자는 건데 단지 코로나19 때문에 못했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생각해요. 지금 만나는 건 안전하지 않으니까 비대면, 온라인으로 가자는 것만이 답은 아닐 것 같아요. 안전하게 만날 방법을 어떻게 찾을까요? 첫 번째로 ‘같이’ 했으면 좋겠고요, 두 번째는 코로나19로 위기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문을 닫은 게 공공기관이에요. 오히려 제일 먼저 문을 열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주민들을 안전하게 하게끔 해줘야하는 것 아니에요? 자기들 문을 닫아걸고 자기 스스로를 안전하게 만들어버렸어요. 주민들은 안전하지 않은데. 저는 공공기관을 열어달라고 하고 싶은데 그게 좀 어려우면 우리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우리들의 공간들이 계속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게 불이 났을 때 갈 수 있는 곳이 될 수도 있겠죠. 세 번째는 저희들이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가질 때 ‘나의 이해관계에 있는 것만 관심을 가졌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1년째 9)정릉종합사회복지관이 내부에서 싸우고 있는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모르고 지나간 사람도 있을거에요. 부당 노동 행위에 관한 이슈이고 직장 내 문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웃인 우리가 관여하기가 되게 애매한 지점도 있지만, 동네에 이런 일이 더 있을거예요. 근데 그렇다고 이런 것들을 모두 개인적으로만 푸시는 것 보다 이런 마을in수다 같은 공론장을 통해서라도 지역의 문제들을 계속 얘기하고 저희가 참여를 해서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딱 한 단어가 떠올랐어요. 지금이 거대한 ‘전환’을 하는 시기이구나. 인구구조학적으로도 2020년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65세로 진입하는, 이제 노인층으로 되는 세대이고 소위 86세대라고 하는 분들이 50+ 에 들어오는 세대예요. 같은 노인층이라도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없는 분들과 많이 배우셨고 디지털 기능을 갖고 있는 분들이 섞여 있는 거죠. 50+ 세대와 이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자식들이 88만원 세대예요. 지금 이 엄청난 것들이 얽혀있는 중에 우리가 코로나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은 엄청난 전환을 겪고 있는 시대이구나. 이런 파도 속에서 정릉이라는 지역은 준비가 되어있나? 그냥 인사만 잘하면 되는 것인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마을활동은 거기서 시작하지만 이제 그 다음 문제 껄끄러운 문제도 관심을 가져주고 토론도 해야 할 것 같고요.


 저의 제안은, 일단 우리 돈을 좀 모아야겠다. 당장 무슨 일이 생겼거나 공간이 필요할 때 우리가 너무 무방비인거예요. 그래서 안전하게 우리들이 계속 활동을 지속하고 공동체를 이뤄나갈 수 있는 돈을 조금 마련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마을 일자리를 통해서든 펀딩을 통해서든 준비를 하면 좋겠습니다.

 


사회자_김경서(아트버스킹)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우리가 기본적인 게 채워져야 다른 사람들을 위한 마음들이 열리잖아요. 그래서 상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생긴 사람들이 분배에 대한 고민과 실행을 먼저 하면서 공동체가 보편적으로 다 살기 좋은 마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을활동가로서는 조금 더 세밀하고 디테일한 활동들을 더 고심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같이 고민해야할 것들을 던지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에서 공공재원을 마련하는 것들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정선(정든마을)

  저는 코로나19로 규제가 되고 하다 보니까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러다가 최근에는 또 완화되어서 조심스럽게라도 움직일 수 있으니까 정말 잃어버린 시간을 찾은 그런 느낌이에요. 또 제가 어떤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느낀 게 있어요. 한 30대쯤 되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이 친구들이 다른데서 한 잔 먹고 온 것 같아요. 무슨 말을 하냐면 “야 오늘 다 잊어버려. 그리고 오늘 무조건 마셔.” 그래요. 그런가보다 했는데 또 다른 한 친구가 “우리 가게 문 닫았어” 그래요. 근데 그 이야기를 하면서 또 한 아이가 “야, 나는 집에 들어가기도 싫고 지금... ”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더라고요. 그 친구들 이야기 하는 것을 가만히 우리끼리 들어봤는데 정말 우리가 젊은 층에 너무 관심이 없었다고 느꼈어요. 저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전혀 몰랐어요.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자기들끼리 한 이야기를 들은 거지만 저는 너무 안타까웠어요.


 또 아까 말했듯이 지금은 디지털 시대인데 코로나19로 비대면 회의를 하려고 해도 카카오톡 같은 것도 잘 사용 못하시는 마을의 어르신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어찌어찌 하다보면 어른들이 ‘야, 우리도 이제 좀 배워야겠다.’, ‘이런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달라’ 고 하세요. 생전 이런 말 안하시던 분들인데... 우스운 이야기로 급하게 이런 걸 물어볼 때 자식한태는 물어보지 말고 사위한테 물어보라고 해요. 사위는 남이거든요. 아주 상세하게 잘 알려줘요.(웃음) 이제는 시대이니 만큼 어르신들도 함께 배려해야 하는 것 같고 코로나19로 인해서 이것을 배우려고 하려는 의욕을 갖고 있음을 또 느꼈습니다.

 

 

권현식(정릉천별똥대)

  방역하는데에 있어서 주민들이 많이 참여해주셔서 항상 어려움은 없습니다. 아무쪼록 허벌나게 건강하게 지냅시다, 정릉에서!!

 


김경서(아트버스킹)

  예전에 코로나 초기에 이웃 빌라의 주민이 확진이 됐던 거예요. 그런데 그분에게 빌라 이웃분이 먹을 것을 싸서 통에 담아서 문 앞에다가 놓고 ‘힘내세요’ 이렇게 메시지를 전했답니다. 확진자였으니까 격리하고 다 낫고 나서 너무 고맙잖아요. 그래서 빈통만 주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직접 한 음식을 담아 찾아가서 벨을 눌렀더니 그분이 ‘그냥 통은 버리세요’ 라고 이야기를 하셨대요. 여기서 저희가 굉장히 시사점이 많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까 우리 대표님께서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도 참 공감이 많이 돼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제는 소통의 방식이 바뀐 거예요. 그게 통을 버리라고 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마음을 못 나눈 것이 아니고 이제는 저희가 어쩔 수 없이 그거를 다시 줄 수 없는 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이웃 간에 ‘마음을 그렇게 전했는데 안 받아?’ 라고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느 시점부터 해외에서 해외경험을 많이 하고 젊은 세대들이 왔을 때가 있어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 전에는 찌개를 당연히 같이 먹었었는데 어느 날 외국의 다른 문화들을 많이 겪고 오신 분들이 오시고 나서는 ‘찌개 먹을 때 각자 덜어 먹는 게 예의’라는 입장이 생기면서 갈등이 있었던 그것과 같아요. 문화적으로 그런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는거죠. 이제는 저희가 코로나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잃어버린 시간에 아쉬워만 할 게 아니라 새로운 방법으로 서로 소통하고 계속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관심을 가졌을 때 생겼던 ‘정’을 우리 모두 의지를 가지고 지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늘 여러분들과 수다를 떨면서 하게 됐습니다.

 


1) 정릉주민이 함께 만드는 '마을결혼식' (내손안에서울, 2016-05-10)

2) 줌(Zoom): 화상채팅 플랫폼 중 하나. 정릉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줌을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 활용법에 대한 매뉴얼을 받아볼 수 있다. (바로가기)

3) 호박이넝쿨책-야책 낭독극장 (유튜브, 호박이넝쿨책-야책 채널)

4) 마을온예술: 성북 문화예술 교육가 협동조합

5) 여성 자살률, 2008년과 닮았다 (한겨레21, 2020-12-13)

6) 찾아가는 정릉 마을in수다 : 온라인으로 만나는 <코로나19와 정릉>(정릉도서관)

7) 2020년 10월, 정릉도서관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랜선 커뮤니티 만들기>을 진행했다.

8) 성북형 '돌봄SOS센터' 코로나19 속에서 주민 지켰다(파이낸셜뉴스, 2020-12-26)

9) "사회복지사는 노동자도 아니냐" 8개월째 노조 교섭 피하는 정릉사회복지관(민중의소리, 2020-10-14)

 

작성자: 정릉도서관 최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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