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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과 삶의 균형은 가능할까?
작성자 정릉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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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의 균형은 가능할까?
- 정릉 마을in수다 현장스케치 -

 

  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계십니까?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일을 잠시 바라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위해 소소하게 행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본다면? 그런 소소함이 모이고 모여 ‘일 하는 우리'가 더 이상 괴롭지 않고 같이 행복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면?

 

 정릉도서관에서 ‘일과 삶’을 주제로 한 마을공론장이 열렸습니다. 정릉 마을in수다 <일과 삶의 균형은 가능한가?>의 열띤 토론의 기록을 공유합니다.


공유성북원탁회의 2019 공동위원장 고경남님 진행,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몰라』 저자 장상미님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50여분의 지역 주민이 함께했습니다.


정릉 마을in수다, 어떤 토론을 기대하나요?

 

“일이라는 게 어느샌가부터 우리 사회가 구조에 대한 얘기를 사실 별로 안 하기 시작하고 모든 것을 교양의 문제로만 풀어가려는 거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오늘 같은 경우도 어떻게 하면 일을 안 할 수 있을까, 일과 삶이 어떻게 균형이 가능할지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하다 보면 툭 까놓고 얘기하면 일을 시키는 놈들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되는 구조가 있는 거 아닌가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가 그 부분은 논외로 치고 특히나 책 좀 읽고 글 좀 쓰는 사람들 자체가 너무 구조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은 채 막말로 ‘네가 알아서 잘 살아봐라’라고 하는 것 같은. 결국 또 무책임한 얘기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지역에서도 어떤 강연이나 이런 공론장이 열리게 되면 왜 구조에 대한 얘기가 안 되고 있을까, 좀 답답합니다. 사실 오늘도 주제를 딱 보고서는 어떤 얘기가 나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이 사회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일을 안 하고 잘 살 수 있을까?’. 사실 어떤 사람들은 되겠지만 결국 잘 안되거든요. 저는 제안을 드리고 싶은 거예요. 앞으로는 한 수십 년 전에는 구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안하고 있고 이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눈을 돌리면 좋겠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오히려 (우리 사회가) 굉장히 구조적인 이야기들은 많이 다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예를 들어 저희 앞세대 분들은 특히 구조적인 어떤 철학이나 사회과학 부분을 얘기를 많이 하고 해결하려고 하셨던 흐름이 있던 것 같고 그런데 이제 구조나 이론, 이런 것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좀 그런 의견을 낼 수 없었던 개인들이 최근에는 오히려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흐름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일단 개인의 생각을 얘기해볼 수 있는 것, 일에 대해서 갖고 있는 공통된 생각이나 감각들이 있는데 그것 외에 개인들이 ‘이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면 그걸 어떻게 표현하는지 최대한 펼쳐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렇게 개인의 언어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자리가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전업주부거든요. ‘프로페셔널 하우스 와이프’입니다. 아주 가사를 잘합니다. 이 일을 시급으로 치면 최고액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웃음) 그리고 저는 동시에 마을활동가이기도 합니다. 제가 마을활동가로서 하는 일은 급여를 받지 않고 하는 일인데 오히려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많아서 오히려 제 개인적인 삶과 균형을 잘 못 이루고 있거든요. 이게 점점 과부하가 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런 주부이자 마을활동가로써의 일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싶었거든요. 저처럼 ‘일’이라는 주제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다양한 의미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얘기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우리 잍터의 ‘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회사에서 먹는 시간이 좀 더 많잖아요. 그러면 집에서 먹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먹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회사에서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일과 삶의 양립을 하라고 해서 “퇴근 빨리해, 야근하지 마” 이런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어느 정도 일과 삶을 양립할 수 있게끔 구조적인 문제를 다뤄줬으면 좋겠거든요. 취미생활을 권장하고 한 시간 빨리 퇴근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한 시간 빨리 퇴근한다고 눈치를 주고 다른 것을 한다고 해서 눈치를 주고 일하지 않는 것처럼 매도를 하고, 그런 악덕인 사람들이 많아요. 제가 아까 어디서 보고 적어놓은 게 있는데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유라는 게 생겨나려면 기본적으로 우리가 일하는 곳에서 에너지를 받아가지고 가정에다 쏟아야 하는데 지금 현재 구조는 일하는 곳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밖에 안되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하거든요. 근데 외국의 실리콘밸리나 그런 곳 같은 경우는 회사 문화나 그런 게 개를 끌고 다녀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일과 가정 양립, 일과 삶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일터에서 먼저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회사가 책임을 지도해야 하는 것들이 있을 텐데 제도적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만 하니 이게 좀 안타까운 부분이 있어서 두서없이 한번 얘기해봤습니다.“

 

“생활문화라는 키워드가 문화판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어요. 그 이유는 워라벨이라는 것도 사실 많이 얘기가 나오고 있고 문화적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가 사실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동아리 활동하는 분들은 굉장히 즐거워해요. 그 이유는 어쨌든 자기가 스스로 선택한 활동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일과 삶의 균형과 삶의 만족을 위해서는 자기가 선택한 삶과 자기가 선택한 활동을 해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연습이 안 되어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경험하고 나면 욕구가 생기는 거죠 ‘이게 맞나?’ ‘좀 지치지 않나?’ ‘돈만 벌고 살기는 내 삶이 아깝지 않나?  스스로 원하는 것들을 어떻게 선택할 수 있을까. 찾아갈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돼요.”

 

“사실 워라벨을 이야기하면 요식업계가 가장 최악의 워라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그런 분들은 워라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세요. 왜냐하면 일 자체가 삶이고 삶 자체가 일이기 때문에 워라벨이 뭔지도 모르고 하루 종일 음식 준비하고 손님 받으면서 계속 일을 해 나가신단 말이에요. 워라벨에 대해서는 피고용된 분들이 많이 이야기하시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9시부터 6시까지 계약을 했는데 왜 난 8시까지 일을 해야 하지. 이런 분들이 밸런스가 맞지 않고 붕괴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워라벨이라는 개념보다 선택이라는 개념이 더 저희한테 중요한 것 같아요. 누군가가 일을 시키니까 하는 것과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어서, 사명감을 가지고 즐기면서 하는 경우는 다를 겁니다. 그런데 개인마다 정말 다른 삶을 살고 있고 그만큼 선택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걸 두고 어떻게 구조적으로,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저는 좀 멀게 느껴지고요.

개인의 관계에도 좀 더 자기의 일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저는 아직 결혼도 안 했고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지만 어떤 일을 선택해야 된다는 기로에 서있는 사람으로서는 그런 자신에게 맞는 자기 삶에 맞는 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릉 마을in수다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가진 이웃을 이야기 손님으로 모셨습니다.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한 20대 대학생, 직업의 ‘직’과 ‘업’은 왜 같을 수 없는지, 졸업 후 일만했는데 아직도 신입인 것 같은 30대 직장인, 하고 싶은 일을 끊임없이 찾아 나서고 있는 40대 열혈 마을활동가. 서로가 가진 일에 대한 고민을 이웃과 나누고 각자의 삶의 경험에서 찾은 해결책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에서 인사할 때 1번 ‘밥은 먹었냐’, 2번 ‘바쁘시죠?’ 에요. 우리 모두 다 인사할 때 ‘한가하시죠?’라고 인사하면 되게 모욕당하는 느낌이잖아요, 뭔가 쓸모없는 사람 같고…. 우리가 일을 ‘바쁘다’와 동의어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여러분 각자 일을 ‘이거’라고 떠올리시는 것이 계시지요? 그럼 일이 아닌 건 뭐예요? 여러분들 인생과 삶에서 일을 뺀 나머지는 삶인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뭐와 뭐의 균형을 찾을까 계속 생각을 했는데 일단 내가 일을 이거라고 규정하는 게 어려우면 그럼 나한테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뭔가? 그걸 판단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걸 알아보는 방법으로 사주를 보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이게 무슨 뜻이냐면 자기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내가 뭘 견딜 수 있고 뭘 견딜 수 없는가는 스스로밖에 알아낼 수밖에 없어요. 이건 경험으로 아는 게 아니거든요.”

 

“누구나 일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데, 내가 일이라고 부여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고민하지 않고 그 일을 이어나갈 수 있게끔 뭔가 마을이 토대가 돼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본소득과 같이 구조적으로 풀 수도 있겠지만, 예를 들어 이웃이 직장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 힘들어 해도 사실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요. 우리가 여기에 모여 일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지만 막상 일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는 개인이 돌파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지 않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게끔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이 서로 바라봐주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예술학교로 옮긴 경험이 있습니다. 예술 노동이 마냥 낭만적이고 신날 것만 같았어요. 가끔 일과 삶의 균형이 안 맞는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것은 예술가로써의 ‘일’이 저의 일상과 자아에 너무 맞닿아있다고 느낄 때입니다. 글을 쓴다고 하면 안 좋은 피드백이 아무라 작더라도 쉽게 상처를 받습니다. 또 현장에서 일을 할 때 (워낙 노동 시작이 작아서) 어떤 이유든 일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 소문이 나서 써주질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근무태만이 있을 수 없고 항상 긴장하게 되고 그게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하고 싶은 일 하면 행복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왔는데 이곳에서도 힘듭니다. 진로를 바꾸고자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바꾸기 전과 후의 장점과 단점을 잘 비교해보고, 내가 무슨 일을 할 때 보람을 더 느끼는지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꿈이 직업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한 직장에서 15년을 일했는데 아직까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웃음) 사실 슬픈 일이죠. 어떤 일을 할지 막막하다면 조금이라도 젊을 때, 당장의 꿈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일을 경험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41살인데 새로운 시작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지만 월급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기 때문에.”

 

“(10년 동안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다가) 몸이 아파서 더 이상 못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더라도 너무 몰입해서 하다 보면, 일 중심이 되다 보니 몸이 아프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아프지 않았다면 너무 독한 활동가가 되었을 것 같아요.(웃음) 쉬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가진 것도 없지만 빚도 없었습니다. 잃을 게 없다는 정신과 약간의 반발심으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보통은 조직을 만들고 위계를 만들고 조직의 목표를 만드는데 그렇게 말고 우리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심플한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손 닿는 데로 만들어 나갔는데 그래서 이름도 ‘어쩌면사무소’로 지었습니다. 일 년 동안 월세를 까먹을 생각으로, 세계여행 한번 다녀온다는 생각으로 아무런 계획 없이 그냥 했는데 하다 보니깐 돈은 필요했고 그래서 카페를 열게 되었습니다. 의외로 월세만큼 수입이 되어서 7년 동안 특별한 목적 없이 하는 것들을 많이 했습니다. 뭔가를 키워나가려고 하지 않았고 힘들면 그만하고 정리하자는 식으로 운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생존했습니다. 생존 자체가 하나의 실험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는 『일하지 않을 권리』를 읽었는데 공감 갔던 것이 유급노동의 사회와 소비 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이 소진되는 느낌을 받는 다는 것. 저 역시 이 프레임 안에 갇혀 살아가는 게 너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워라벨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뭔가 창의적이고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과 특정한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도 생기고요.”


“저는 막 40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살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대학, 직장도 다니고, 시민운동도 해보고, 제멋대로 살아봤습니다. 지금 와서 느끼는 것은 자신에게 작은 틈조차 허락하지 않으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 힘이 들 때 “내가 원해서 했는데 힘들다고 말해도 되나?” 이런 생각들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되게 오래 걸렸습니다. 사회생활 25년차가 됐는데 지금은 자신을 받아들였어요.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노후에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는 질문 들을 때 불안합니다. 그렇지만 그 불안은 저 사람의 것이고 사회적 낙인은 사회가 만든 것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루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투쟁의 과정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못해도 불행하고, 좋아하는 것 해도 삶이 쉽지 않잖아요. 자신을 좀 용서해줬으면 합니다.”

 

“저는 1년 정도 본업을 쉬고 좋아하는 일들을 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게 가능한 것은 아이가 둘인데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하기 때문이에요. 이 시기에 제가 원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중입니다. 이전에는 제가 원하는 것들이 멀게 보였다. 이를테면 ‘좋은 글을 써야겠다,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너무 멀죠. 그래서 나는 글을 쓰고 책 읽는 거 좋아하니까 글쓰기 동아리에서 그냥 글을 썼습니다. 이틀에 한 번씩 글 쓰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하다 보니 꽤 모이고 어느덧 글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때 기쁩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세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한계를 둬서 ‘내가 무엇을 해야겠다’와 같이 명사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예를들어 내가 ‘사서가 돼야겠다’라고 생각하면 길이 좁아져요. 그런데 ‘책과 함께하는 일을 하겠다’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져요. 그런 일들을 하다 보면 사서가 아니더라도 자신 내면의 만족과 정체성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얘기할 때 노동의 시간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내가 한 시간 일해도 고된 노동은 고역이지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글 쓰기는 밤새워 하거든요.”

 

“여기서 제가 제일 연장자일 것 같네요.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세상에 유토피아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했더라도 그 공간 안에 본인이 들어가면 그 안에서 또 어려운 일이 생겨요. 따라서 젊은 친구들은 경험을 많이 하시고 경험 안에서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 행복감을 주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경험을 하다 보면 분명 길은 있습니다. 저는 살림만 하는 가정주부입니다. 집안일이라는 노동을 마치고 나서 저에게 주어지는 자유시간은 밤 10시 이후에요. 저는 이 시간을 책 읽는 것과 서예를 하는 데 씁니다. 밤을 샌 적도 많아요. 덥거나 춥거나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제 글씨를 따라 쓰는 제자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더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고자 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나는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일을 이야기 하려고 하면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요. 사실 돈이라는 게 공포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너무 과도한 공포 속에 사는 느낌도 있어요. 돈이 의외로 그렇게 공포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요. 저도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공간을 보면 갑갑해요. ‘내가 여기서 뭐 하는 짓이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고 해도 돈만보고 공간을 운영하면 결국 꼬이더라고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선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내 보는 것도 좋겠어요.. 공간이 있으면 또 내용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이런 말 해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일과 삶의 균형’과 관련된 모든 것이 교육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아이가 셋인데 큰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이후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그 아이가 6개월 전부터 직업학교를 다녔고 바로 오늘이 졸업식이었어요. 엄마가 되고 나니 도대체 ‘학교가 뭐 하는 곳일까?’ 혼란이 왔습니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는 아이라면 고민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일으킨 문제들이 아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힘들고 용기가 필요한 과정이었어요. 누군가에게는 좋아하는 것을 하냐 못하냐의 문제가 아닌 생계의 문제가 될 수 있는 거예요. 의미 있는 생존을 위한 이야기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 이 순간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성자: 정릉도서관 최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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