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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오래 보기 : 진정한 관점을 찾기 위한 기나긴 응시 표지
제 목 멀리 오래 보기 : 진정한 관점을 찾기 위한 기나긴 응시
저 자 비비언 고닉 지음 ; 이주혜 옮김
발행처 에트르
발행년도 2023
청구기호 844-고198멀
추천년월 2023,11
조회수 148


 

“결국 모든 것은 관점이라는 지배적인 문제로 돌아갔다”
에세이, 회고록, 비평의 독보적인 작가 비비언 고닉
그의 작가 인생 50년을 기념하는 비평 에세이


비비언 고닉은 논픽션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다. ‘자기 서사의 거장’ ‘작가들의 작가’라 불리는 그는 또한 버지니아 울프에 비견되는 영향력 있는 비평가이기도 하다. 고닉은 1969년 대안 매체인 《빌리지 보이스》에 수전 손택에 관한 비평 에세이를 기고한 것을 계기로 이 신문의 상주 기자가 되었고, 당시 문학과 페미니스트 운동에 대한 시의적절하고도 날카로운 진단을 통해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멀리 오래 보기》는 비평가 비비언 고닉의 세부를 살펴볼 수 있는 비평 총서라 할 수 있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작가 인생 50년 동안 문학, 문화, 페미니즘 등 사회 전반을 냉철한 시선으로 살피며 힘겹게 얻은 그의 경험적 통찰이 이 한 권에 담겼다. 여성해방운동에 영감을 불어넣은 페미니즘 에세이에서 앨프리드 케이진, 메리 매카시, 다이애나 트릴링 등 매혹적인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탐구한 문학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고닉의 비평적 역량을 오롯이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읽고 쓰는 사람으로서 고통스러운 자기 이해의 과정을 통해 관점을 다져온 작가의 치열한 문학적 열망을 만날 수 있다.

“약 50년에 걸쳐 쓴 원고를 모아놓은 이 책이 자신의 비평 역량을 다듬어온 어느 작가의 수습 시절 본보기가 될 수 있기 바란다.”―비비언 고닉

책을 다 읽고 나면, 《빌리지 보이스》의 전설적인 기자로서 “역사의 다음 위대한 순간은 우리의 것”이라고 페미니스트들을 추동하고 북돋웠을 젊은 날의 고닉을, 그 뜨겁고도 냉정한 투쟁의 시절을 지나 내면의 혼돈을 들여다보며 어느 날 문득 《사나운 애착》의 첫 문장을 써 내려갔을 중년의 고닉을, 그리고 여전히 뉴욕의 어느 거리를 걸으며 자신의 고독을 타인의 것과 포개고 있을 고닉을 현재진행형의 모습으로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고닉의 깊이 있는 사유와 관점을 이주혜 소설가의 세심한 번역으로 만난다는 점도 특별하다. 그의 역자 후기는 고닉의 비평적 시선을 이해하는 데 있어 더없이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무엇을 나의 관점으로 삼을 것인가?
페르소나의 관점에 대하여


고닉의 글쓰기는 관점을 찾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1970년대에 고닉은 페미니즘과 사회 비평을 하면서 개인 저널리즘이라는 글쓰기 방식을 자신의 것으로 취했고, 1980년대에는 기자라는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 에세이와 회고록이라는 개인 서사 쓰기에 몰두했다. 그는 개인 저널리즘이든 개인 서사이든 결국 관점이라는 문제가 글쓰기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자신의 관점을 무엇으로 삼을지에 대한 지난한 탐구가 자신의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했다고 말한다.

“《빌리지 보이스》를 떠나 공개적이고 비판적인 글쓰기에서 물러나면서부터 다른 곳에서 내 관점을 찾아야 했다. 나는 에세이와 회고록, 서평을 쓰기 시작했고 눈앞의 소재에서 구출되기를 기다리는 귀중한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할 준비가 된 비(非)대리자 페르소나의 관점에 점점 더 주목하게 되었다,”
―‘들어가며: 진정한 관점’에서, 9쪽

페르소나는 고닉의 글쓰기에 있어서 핵심적인 개념이다. 고닉이 말하는 페르소나란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내 안에서 끌어낸 진술의 목소리”로, 페르소나는 “원고의 구조와 언어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고닉은 자전적 에세이를 포함한 효과적인 논픽션을 쓰려면, 고백이나 적나라한 자기 몰두에 빠지지 않도록 작가와 별개로 글을 이끌어가는 페르소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페르소나는 에세이와 회고록은 물론이고 비평에 이르기까지 고닉의 모든 글쓰기를 하나로 잇는 중요한 도구이자 관점이랄 수 있다.

멀리 오래 보기를 통한 문학적 탐구
비비언 고닉의 쓰기와 읽기


“페르소나의 발견은 고닉의 쓰기뿐만 아니라 읽기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 고닉은 자신의 비판적 페르소나를 통해 타인의 글을 이끌어가는 페르소나를 찾아내고 두 진술자가 만나는 지점에서 ‘일인칭 개인 비평’이라는 포괄적인 관점을 성취해낸다.”
―‘옮긴이의 말’에서, 352쪽

고닉 특유의 자전적 글쓰기는 문학비평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그는 일인칭 스타일의 ‘개인 비평(personal criticism)’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는 버지니아 울프 같은 에세이스트이자 비평가의 전통적 문학비평을 따르는 동시에 개인 증언에 대한 현대적인 갈망을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비평집의 ‘나’는 회고록과 자전적 에세이의 ‘나’와 연속성을 가지고, 그가 쓴 기사나 칼럼, 전기의 ‘나’와도 연결된다. 어떤 주제든 어떤 장르든 고닉의 글은 직접적이고 생생한 경험에 의존한다.
앨프리드 케이진,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허먼 멜빌, 메리 매카시, 다이애나 트릴링, 로어 시걸, 캐슬린 콜린스, 제임스 설터, 시몬 드 보부아르, 에리히 프롬, 프리모 레비, 한나 아렌트, 해리엇 비처 스토…… 고닉의 비평 에세이를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이름들이다. 고닉은 이들의 삶과 작품에 내재된 무수한 행간을 오가며 “진술하는 자아”의 치열한 분투를 읽어내고, 이 작가들의 페르소나와 자신의 비평적 페르소나를 겹쳐 보면서 “진정한 관점”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다. 스스로 “탐색하는 자아”가 되어 가능한 한 멀리 오래 들여다보며 쓰기와 읽기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의 기나긴 성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1970년대 당시 고닉이 쓴 페미니즘 에세이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뜻깊다. 의식 고양 운동, 페미사이드, 여성운동의 위기, 그리고 문학계에 만연했던 남성 작가들의 여성혐오에 대한 고닉의 예리한 비평적 시선은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읽어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빌리지 보이스》의 전설적인 기자로서 페미니즘 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고닉의 글이 궁금했던 독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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