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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눈 표지
제 목 말하는 눈
저 자 노순택 글·사진
발행처 한밤의빛
발행년도 2022
청구기호 660.4-노56말
추천년월 2023,02
조회수 177

왜 찍는가, 왜 헤매는가, 왜 넘어진 곳에서 생각하는가

사진가 노순택을 오래 붙든 생각과 장면이 집약된 첫 사진론

“나는 본다. 어떤 풍경은 보고 싶어서 보고, 어떤 풍경은 보기 싫지만 본다.
대체로 눈을 감지는 않는다. 눈을 뜨는 것이야말로 너의 일이라 타이르면서.”

왜 찍는가, 왜 헤매는가, 왜 넘어진 곳에서 생각하는가
사진가 노순택을 오래 붙든 생각과 장면이 집약된 첫 사진론 『말하는 눈』


“어떤 눈은 말을 한다. 입으로만 말을 하는 게 아니고, 귀로만 말을 듣는 게 아니다. 눈이 하는 말을 들으려면 눈길을 마주쳐야 한다. 사진기 뒤에 숨은 채로도 눈맞춤은 벌어진다. 말하는 눈을 본 탓에 나 역시 내 눈으로 본 것에 대해 말하려 했다.” 노순택은 <분단의 향기>, <비상국가>, <망각기계>, <검은깃털> 등 연작으로 분단국가의 모순과 국가 권력의 오작동 풍경을 포착해왔으며, 사진가로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작가다. 그는 독보적인 사진 작업뿐 아니라, 작업의 고민을 담아낸 정교하고 울림 깊은 글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작품집이나 연재글을 일괄적으로 묶어낸 책을 빼면 자신의 사유를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응축한 단행본을 출간한 적은 없었다.
『말하는 눈』은 사진가 노순택을 오래 붙든 생각과 장면이 집약된 ‘첫 사진론’이다. 사진과 사람과 사회에 관한 생각을 담은 이 책은 사진의 가위질과 의미의 바느질을 숙고하는 「사진의 가위질」, 사진이 놓인 맥락을 관찰하는 「방아쇠, 총알과 필름」, 사진에 담긴 존재와 부재를 성찰하는 「사진의 시간」, 망각에 맞서 투쟁으로 기억을 지켜온 이들에 관해 말하는 「기억 투쟁」 네 장으로 이루어진다.
노순택은 ‘그때 그곳에, 내가 있었다’라는 사실 하나에 스스로를 묶은 채 자신이 찍은 사진과 글 안에 서성대고 머무른다. 그는 말한다. 어떤 눈은 말을 한다고. 말하는 눈을 본 탓에 나 역시 내 눈으로 본 것에 대해 말하려 했다고. ‘본 탓에 진 빚’에 대해 사고할 수 없다면 사진을 멈춰야 한다고. 비평가이자 작가 존 버거는 사진에서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불러낸다’고 말했다. 사진이 지닌 진실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모두 유심히 관찰할 때 만날 수 있다. 『말하는 눈』은 그 의미를 강렬하게 전하는 책이다.

사진가의 시간과 공간, 사진의 안과 바깥
‘현장’을 바라보고 머무르고 담아내며 고민한 흔적들


『말하는 눈』은 글과 사진을 단선적으로 모은 선집이나 작품집이 아니라, 응축된 생각을 엮은 글을 세밀하게 배치한 사진과 함께 읽어내는 예술에세이에 가깝다. 그런데 여기에 사진산문이나 사진에세이 대신 ‘사진론’이라는 말을 붙였다. 그만큼 철저하게 ‘사진’을 성찰하겠다는 뜻이 아닐까. 이 책은 지은이가 사진가로서 ‘현장’을 바라보고 머무르고 담아내며 고뇌하고 사투한 흔적으로 가득하다. 그가 포착하고 집중하는 장면은 현실과 동떨어진 예술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제주·광주·평택 등 우리 일상 곳곳과 마주하고 교차한다.
『말하는 눈』은 「사진의 가위질」, 「방아쇠, 총알과 필름」, 「사진의 시간」, 「기억 투쟁」 네 장으로 이루어진다. 「사진의 가위질」에서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공정하여 사사로움 없는’ 사진이란 말장난에 불과하며 사진의 생성에는 반드시 의미의 확장·축소·굴절이 있음을 지적한다. 펼쳐지고 이어진 시공간을 잘라내는 사진은 반드시 은폐를 내포한다. 사진이 뭔가를 보여준다는 얘기는, 뭔가는 감춘다는 얘기다. 시공간을 찰칵 잘라내는 동시에 잘린 시간의 앞뒤, 잘린 공간의 안팎을 탐색하며 의미를 꿰어가는 과정의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방아쇠, 총알과 필름」에서는 하루에 사진을 찍어대는 횟수가 밥숟가락을 뜨는 횟수보다 많아진 시대에 사진에 담긴 의도를 어떻게 판단할지 고민한다. 사진은 맥락에 의존하는 텍스트다. 중요한 건 생산된 사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어느 맥락에 놓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선의의 맥락에 놓였던 사진도 악의를 위해 봉사할 수 있다. 노순택은 그것이 사진의 함정이며, 또한 사진의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사진의 시간」에서는 산 사람의 터만큼이나 죽은 사람의 무덤을 자주 찾은 기억을 되짚으며, 시간 앞에 바스러지는 사람과 사진에 관해 숙고한다. 삶과 죽음, 존재와 부재 사이에서 과거·현재·미래의 관계와 의미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그는 “과거란 징검다리를 밟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는 현재란, 삶에는 없다”고 말한다. 「기억 투쟁」에서는 망각에 맞서 힘겨운 투쟁으로 기억을 지켜온 이들을 목도한다. 기억조차, 기록조차 때론 망각의 재료가 되는 고통 속에서 상처와 한 몸이 된 사람들의 풍경은 저릿한 아픔으로 다가온다.
사진이란 오묘한 구슬이어서,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기도 하고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거울 앞에서 멈칫하게 하는 것, 그것이 지은이가 사진으로 건네고 싶은 말이다. 그런 까닭에 “사진을 믿는가” 하는 노순택의 물음은,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다루되,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통찰은 독자 마음을 뒤흔들고 요동하게 한다.

책의 표지부터 판권까지, 내용에서 물성까지,
책을 여는 순간부터 닫을 때까지 이어지는 깊은 서사


『말하는 눈』은 한 손에 들고 글에 몰두하여 읽기 좋은 사이즈로 만들되, 사진 또한 충분히 음미할 수 있도록 이미지는 개별 판면을 차지하도록 구성했다. 사진 판면은 사진 안에서 보이는 세계와 그 바깥의 세계를 함께 말하는, 노순택 사진에 내포된 뜻을 담아 디자인했다. 가운데 놓인 사진은 사진이 말하는 바에 집중하게 하며, 바깥 경계면과 닿아 있는 사진은 사진 바깥으로 연결된 세계를 암시한다. 제목을 하단에 놓은 본문과 표지 디자인은 기존 위계를 벗어난 시선과 생각을 상징한다. 또한 노순택 사진이 지닌 심도를 독자가 더욱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일반적인 4도 인쇄 대신 5도 인쇄를 시도하여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흑백사진의 밀도와 심도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표지는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하여 책이 담고 있는 은유적 의미를 디자인과 물성으로 구현했다. 띠지 디자인 역시 책에서 말하려는 바를 감각적으로 담아내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읽고 나서, 찬찬히 되짚어보는 책이 있다. 단지 아름다워서 서둘러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심해 깊숙이 가라앉은 생명을 찾아내듯 숨을 참으며 뜻을 꼼꼼히 더듬어보는 책. 『말하는 눈』은 노순택의 사진과 글에 담긴 뜻과 사유를 반추하고자 앞으로 되돌아갔다가, 책에서 마주한 세상이 내 삶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깊이 공명하게 되는 책이다. 무심히 넘긴 사진에 내재된 의미가 다시 읽힐 때, 물 흐르듯 읽은 이야기 속에 숨겨진 사연을 발견할 때, 무심코 바라본 표지가 어떤 뜻을 품고 있는지 인지할 때 온몸으로 다가오는 파동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무덤에게”로 시작해,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이야기를 담은 판권으로 끝을 맺는다. 사진으로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말하는 눈』은 섬세한 시각으로 삶을 포착하고 통찰하려는 이,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에 부딪혀 고민하는 이, 절망과 희망의 경계에서 몸살을 앓은 이, 사진이라는 매체를 탐구하고 사진의 본성을 궁리하는 이의 책장에 놓여, 곁에 가까이 두고 자주 보며 오래 되새길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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