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세상에서 ‘나’와의 시간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필요한 ‘고독’과 ‘철학’에 대하여
현대 사회는 언제나 타인과 연결되어 있는 ‘상시 접속 사회’다.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세계 어느 곳의 뉴스라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고, 언제든지 인터넷상에 내 생각과 의견을 전시할 수 있는 사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더욱 외로워졌다. 비는 시간 없도록 바쁘게 멀티태스킹하고, 자극적인 릴스와 정보에 사로잡히고, 뚜렷한 이유 없이 핸드폰을 스크롤링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건 ‘외로움’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방편이다. 이것은 악순환이다.
우리는 왜 늘 분주하고, 서로에게 둘러싸여 있는데도 외롭다고 느끼는 걸까? 이 책의 저자인 일본의 젊은 철학자 다니가와 요시히로는, 우리가 ‘고독’할 시간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도시라는 공간에서 복작복작하게 모여 살아가지만, 서로의 생각과 의견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말만 늘어놓는다.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는 감정과 현상을 깊이 사유하고, 자기 스스로와 대화할 시간을 잃는다. 겉으로는 문제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추슬러야 할 감정들은 그러지 못해 우울해지고, 조금만 복잡한 일도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우리에게 저자는 철학을 권한다. 지식의 거장들이 2500년간 이어온 사색과 대화에 참여하면 우리 자신을 직시할 수 있다고 말이다. 니체, 오르테가, 한나 아렌트, 파스칼과 같은 철학자의 이야기와 더불어 〈에반게리온〉, 〈드라이브 마이 카〉, 〈용쟁호투〉 등 대중문화를 곁들여 현대인이 어떻게 병들어 있는지를 짚어주며, ‘쾌락적 나른함’, ‘우울증적 쾌락’에 빠져 있는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게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건강하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철학을 통해 가르쳐준다.